반 총장은 2014년 12월 아바나에서 열린 라틴아메리카-카리브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하여 쿠바를 찾았다. 그때 이 숍에서 머리를 다듬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 옆 사진에 영국 찰스 황태자가 있는 것으로 볼 때 이 헤어숍은 아바나에선 손 맵시가 있는 곳인 것 같다. 미용실 안 중년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우리 부부를 보고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듯이 살포시 미소로 인사를 대신한다.
이 기구는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에 있는 33개 나라가 대화를 통하여 정치적 합의를 끌어냄으로써 지역 내 공동 발전을 성취하기 위한 국가 포럼이다. 이 지역 공동체에 속하는 6억 5천만 명의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적 다양성을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통합과 단결을 도모하고자 2011년 12월에 창립했다.
회원국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스페인과 유럽 열강의 식민지배에 시달렸던 아픈 역사가 있고, 지금도 이 지역에는 이념 갈등과 정치적으로 불안한 국가가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이 기구는 정치와 경제 등 역내 현안 중 상호 협력 분야에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합리적인 정책 결정을 도출하기 위해 회원국 간 토의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정상 간 회의에서 결정한다. 반 총장이 UN 사무총장으로 있을 때 이 기구에 관심을 가지고 포럼에 참석한 적이 있다.
발길을 플라자 비헤아로 옮긴다. 이른 시간임에도 스페인어, 영어, 불어, 중국어를 사용하는 여행객이 삼삼오오 그룹별로 모여 가이드로부터 주변에 있는 중세 건물에 얽힌 역사와 당시 삶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들 곁을 서성이며 잠시 귀동냥으로 모자라는 정보를 채운다.
1559년에 조성된 플라자 비헤아는 올드 아바나에 있는 아르마스와 산 프란시스코와 함께 아바나 3대 광장에 속한다. 이곳을 처음에는 누에보 플라자로 불렀다. 세 곳 광장중에서 아르마스와 산 프란시스코 광장이 정부 관료와 귀족, 군인을 위한 광장이었다면, 플라자 비헤아는 아바나에서 상권을 가지고 있는 부자와 상인들의 광장이었다.
주변에는 17∼19세기에 지은 콜로니얼 건물과 스페인으로부터 독립 후 20세기 초에 지은 건물이 광장을 에워싸고 있다. 서로 다른 시기와 형태로 건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비화성음이 화성적 맥락과 상관없이 화음의 조화를 이루듯이 이들 건축물은 서로 조화롭게 자리 잡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불균형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18세기 이 지역은 아바나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광장이었고 시장이 조성되어 상인이 몰려들자 명칭도 시장 광장으로 바꿨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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