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주변은 마치 중세 스페인의 옛 도시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다. 주변 중세 건물은 데살로 시각예술센터, 메일페스 박물관과 쿠바 사진예술관, 호텔과 상가, 레스토랑과 카페로 변신하여 관광객을 맞는다.
중세 건물 앞 테라스 카페에서 은은한 향이 일품인 ‘크리스털 마운틴’ 커피 한 잔으로 여행의 망중한을 즐긴다. 쿠바에서 생산하는 여러 품종의 커피 중에서도 이 커피는 산도가 낮아 엷은 신맛이 있어도 부드럽고 감미롭다. 그리고 마신 후에도 깔끔한 뒷맛과 향이 그윽하게 코끝에 맴돈다.
쿠바 사람들은 커피를 ‘생각하는 향기’라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아바나 핀카 비히아에 머물며 《노인과 바다》를 집필할 때 이 커피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소설에서 노인과 소년의 대화가 떠오르고 이곳 사람들이 말하는 커피가 생각하는 향기라는 의미를 연상하게 하는 대화다.
“일어나지 마세요.” 소년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우선 이걸 마시세요.” 그는 커피를 잔에 조금 따랐다. “노인은 그것을 받아서 마셨다.”
광장에서 멀지 않은 깔레 오피시오스 거리에 아시스의 산 프란시스코 성당과 수도원이 있다. 바로크 양식의 이 건물은 16세기 중반인 1548년에 착공해 1591년 준공할 때까지 53년이나 걸려 완성했다.
중세 고전미를 간직한 성당은 예수의 십이사도를 의미하는 기둥 12개가 건물을 지지하고 있는 형태다. 건물 내ㆍ외관은 빛바랜 사진처럼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수도원 뒤편에는 당시 귀족들의 묘지도 있고 다른 한쪽에는 캘거리의 성녀 ‘마더 테레지아’를 기리는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수도원은 17∼19세기에는 철학, 신학, 문학, 수학을 가르치는 학교로 사용했다. 몇 차례 허리케인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으나 1731년에 복원을 시작해 7년에 걸친 공사 끝에 지금 모습을 갖추었다. 그 후 1846년에 쿠바를 강타한 허리케인으로 종탑에 있던 ‘산 프란시스코’ 성인 동상이 땅으로 떨어지는 피해를 보았다. 복구할 때 성인의 동상은 성당 입구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1941년 건축가 훌리오 알레마니에 의해 또 한 번 복원을 거친 성당과 수도원은 문서 보관소와 관청으로 사용하다 혁명 후에는 식민지 역사박물관이 되었다. 지금은 성당은 콘서트홀이 되었고 수도원은 예술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은 몇 차례 자연재해와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많은 변화를 겪은 대표적인 중세 유적이다.
바로크 양식의 건축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수도원의 회랑은 지금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자태를 간직하고 있다. 성당과 수도원에 있던 유물은 가까운 곳에 있는 산 아구스틴 성당으로 옮겨 보관하고 있다. 저물녘 성당 지붕에 올라가면 돔 넘어 카리브해를 감상할 수 있는 뷰포인트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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