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카리브의 섬나라 쿠바 여행 에세이] 에피소드5-④

플라자 비헤아의 테라스 카페 전경

산 프란시스코 성당 앞 길가에는 1950년대 아바나에 살았던 사람들이 기억하는 우아한 방랑자 아바나 컬트 피규어로 불리는 ‘엘 카발예로 데 파리스’의 동상이 있다. 이 조각은 이곳 출신 조각가 호스 비야 소베론이 2001년에 설치한 작품으로 지금도 아바나 시민은 그를 기억한다.

엘 카발레로 드 파리는 항상 검은 망토 같은 코트를 무더운 여름에도 입었고 자르지 않은 긴 갈색 머리에 수염과 손톱도 길렀다. 그는 서류로 가득 찬 가방을 지니고 아바나 전역을 버스 타고 여행한 기인이었다. 그는 ‘인간의 이성과 정의는 탐욕스러운 악을 이길 힘’이라고 역설하며 다녔다고 한다.

그는 만나는 사람과 인사하고 철학, 종교, 정치에 관해 토론하고 ‘컬트인’처럼 일도 하지 않고 살았다. 그는 아는 사람들이 주는 돈을 받았지만, 모르는 사람이 주는 돈은 받지 않았다고 한다. 말년에는 망상과 환각 증상으로 고통을 받았으나 당시 아바나 젊은이들은 열광적으로 그를 좋아하였다고 한다.

올드 아바나 여행에서 중세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조금 힘들어도 두 발로 좁은 뒷골목을 돌아보는 것이 좋다. 택시나 올드카를 타고 다니면 드라마 같은 음악과 춤이 있는 풍경을 볼 수 없고 가까운 거리에서 현지인의 일상을 느낄 수 없다. 때로는 그 시절로 돌아가 올드 아바나 거리에서 헤밍웨이처럼 칵테일을 마시고, 그들과 어울리며 현장에서 느끼는 짜릿한 순간이 여행의 묘미다.

벽면에 걸린 예수 상과 물고기
벽면에 걸린 예수 상과 물고기

아바나 만에 접한 이 지역은 1519년부터 정복자 스페인이 수 세기에 걸쳐 건설했다. 이곳에는 바로크와 신고전주의 콜로니얼 건축물이 즐비하고, 독립 후 지은 건물과 조화롭게 자리 잡은 명소다. 20세기 중반 미국의 제재로 경제 사정이 좋지 못해 다소 복구가 느리지만, 여전히 이곳은 매력적이라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유럽 중세 도시는 대부분 시대적 눈높이에 맞춰 개선한 것이 편안해 보이지만, 올드 아바나는 복구나 개발이 더뎌 꾸미지 않은 것이 더 매력적이다. 일상생활에서 스키니 스타킹보다 헐렁한 바지가 편하듯이 쫓기지 않고 두 발로 걷는 골목길 도보여행이 좋다.

시간이 멈춰버린 빈티지한 올드 아바나는 오랜 인고의 세월이 응축하여 만든 화석 같은 흔적이 남아 있고 이곳은 가난한 사람이 모여 살아도 아바나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리고 골목에서 마주한 올드 아바나는 ‘현대화’란 잣대로 볼 때 불편할지 몰라도 이곳은 편안함과 익숙함에서 느낄 수 없는 결이 다른 순수함이 있다. 이처럼 아바나 뒷골목 여행은 쿠바 중세 역사를 읽는 독서이자 그들의 삶을 엿보는 여행이다.

▲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작은 예배당의 기도소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작은 예배당의 기도소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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