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뿔목장 김대원 대표
AI가 관리하는 스마트팜
‘소는 누가 키우나?’ 소 여물 준다는 말이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똑똑하고 편리한 스마트 팜(Smart Farm)이 목장에도 도입되면서다. 스마트 팜은 정보통신기술(ICT)이나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해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언제 어디서나 농장을 돌볼 수 있게 하는 지능화된 농업 시스템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과학적인 데이터를 이용해 가축과 농산물 수산물 등의 생육 환경을 적정하게 유지하고 원격으로 자동 관리할 수 있어 생산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편리성도 높일 수 있다. 또한 노동력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어 농가들의 관심이 많다. 부담이 컸던 초기 투자비용 등을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진 스마트 팜. 스마트 농장 도입 후 ‘농촌 워라벨’을 실현하고 있는 쇠뿔목장 김대원 대표(40)를 만나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365일 하루 2번 젖소들과의 만남… 이제는 AI가 24시간 ‘알아서 척척’
19년 전 낙농업에 뛰어든 김대원 대표는 지난해 10월 스마트 팜을 도입했다. 스마트 농장을 운영한 지 불과 두 달여 밖에 안되지만, 그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스마트 팜을 도입한 목적이 이미 실현됐기 때문이다.
110여두(착유우 63두)의 젖소를 사육 중인 김 대표와 직원들은 하루 일과부터 달라졌다. 스마트 팜 도입 전에는 365일 내내 새벽 4시와 오후 3시 두 차례에 걸쳐 우유를 짜는 착유 작업을 해왔다. 하루도 거를 수 없는 일이기에 이들의 하루 노동 시간은 15시간에 달했다. 하지만 ‘로봇 착유기’가 이들의 일손을 덜었다.
쇠뿔목장의 소들은 사료가 먹고 싶으면 스스로 로봇 착유기 입구로 향한다. 소들이 목에 지닌 칩에는 각종 데이터가 기록돼 착유 여부에 따라 소들을 안내한다. 로봇 착유기에 입성한 소에게는 먼저 사료를 준다. 이때 소들의 사료 섭취 시간과 건강상태, 착유량 등 개별 기록에 맞춰 사료량이 자동 배급된다.
이후 로봇 착유기는 소들의 유방을 세척한 후 착유를 시작한다. 소의 컨디션에 따라 일정량의 착유가 끝나면 소들은 무리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다. 이 모든 과정은 로봇 착유기가 인공지능을 통해 자동으로 진행한다.
김 대표는 “낙농가에서 가장 힘든 점은 계절, 날씨와 상관없이 이뤄지는 하루 2번의 착유 과정”이라며 “사람의 손길이 필요했던 고된 과정을 로봇 착유기가 스스로 해결해 노동력이 50% 이상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쇠뿔목장은 로봇 착유기 도입 이후 생산성도 향상됐다. 하루 2회 정해진 시간에 진행됐던 착유 작업이 24시간에 걸쳐 수시로 진행되며 착유 횟수는 평균 2.5회로 증가했고, 과착유 등의 실수도 줄어 고품질의 우유가 생산되고 있다.
김 대표는 “AI가 소들의 건강상태에 따라 착유량과 횟수를 조절하다 보니 월간 착유량이 10% 이상 증가했다”며 “습관성 동물인 소가 로봇 착유기에 완벽히 적응한다면 목장 수익은 더욱더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칩’ 하나로 수태율 개선하고… 건강관리까지
낙농가에서 소를 사육하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수태(受胎)다. 암컷 젖소는 새끼를 갖고 낳아야만 착유가 가능해진다.
쇠뿔목장 소들의 귀에는 발정탐지기 칩이 부착돼 있다. 이 칩은 센서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전송해 준다. 때문에 소들의 발정을 100% 잡아주고, 가장 확률이 높은 수정시기를 알려줘 수태율을 향상시킨다. 뿐만 아니라 소들이 몸에 지닌 SCR 기기(자동 관리 시스템)는 유량과 체중, 유성분, 개체별 운동량, 체온, 반추, 섭취 등 각종 정보를 로봇 착유기, 발정탐지기에 전송해 효과적인 개체관리를 돕는다. 무엇보다 이 같은 스마트 기기들은 소들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체크할 수 있고, 위기 상황 발생 시 스마트폰으로 알림이 울리기 때문에 질병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김 대표는 “그동안 발정과 소의 건강체크를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 직접 눈으로 관찰했지만, 이제는 굳이 목장에 가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으로 소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라며 “사람보다 꼼꼼하게 관리하다 보니 질병으로 도태되는 개체 수도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마트 기기 덕분에 새벽 3시부터 시작되던 하루 일과도 개선되고, 그동안 꿈도 못 꿔왔던 가족들과의 저녁식사도 가능해 지는 등 삶의 질이 크게 높아졌다”며 “앞으로 송아지 로봇포유기 등 우리 목장에 적합한 스마트 기기들을 추가 도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적합한 기기선택 중요, 스마트 농장 모범사례 ‘목표’
이처럼 쇠뿔목장이 생산성은 높이고 노동력은 줄이는 스마트 농장으로 거듭나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동반됐다. 김 대표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전국 각지의 선진목장을 견학하며 직접 발품을 팔았고, 자신의 성향과 농장에 적합한 기기를 찾기 위해 많은 연구를 병행했다.
그는 “목장을 어떻게 운영할지, 얼마 만큼의 수익성을 개선할지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적합한 기기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스마트 팜은 다양한 장점을 지닌 만큼 이에 수반되는 비용도 발생하는데, 이런 단점만 생각하는 농가들이 많아 아쉬움이 크다. 장기적으로 농가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쇠뿔목장을 스마트 농장의 모범 사례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대표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학교 급식 중단으로 학교에 납품하는 우유가 줄며 낙농가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라며 “2021년 신축년에는 하얀 소의 신성한 기운을 받아 코로나가 종식되고, 낙농가에도 안정적인 수급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소망했다.
홍완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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