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골목을 돌고 돌아 3박 4일 머물게 될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다. 집주인의 안내를 받아 집에 들어서자 아바나 게스트하우스와 다른 분위기를 느낀다. 길에서 현관문으로 들어서면 바로 거실로 연결되는 독특한 구조다.
이 숙소도 콜로니얼 시대 노동자가 살았던 집을 몇 차례 증ㆍ개축해 지금 모습이 되었다고 주인이 설명한다. 쿠바에서 식민지 주택을 쉽게 식별하는 방법은 테라코타 기와지붕과 파스텔 색조 페인트로 벽을 칠한 집이 그 당시 주택의 정형이다.
트리니다드도 남미의 다른 식민지 도시처럼 중앙에 작은 마요르광장이 있고 그 위쪽에는 산티시마 대성당이 있다. 정원처럼 아늑한 광장 주변에는 식민시대 건물이 즐비하다. 불과 몇백 제곱미터 크기에 불과한 역사구역에는 조약돌 거리와 파스텔 색상으로 벽을 칠한 주택이 줄지어 있다. ‘트리니다드의 모든 길은 마요르 광장으로 통한다’는 말처럼 도시의 중심이다.
여행 떠나기 전 찾아본 자료에서 빠지지 않던 산티시마 교회를 마주하자 눈에 익은 듯 낯설지 않다. 이곳은 트리니다드를 상징하는 성당 건물이고 19세기 후반에 불어 닥친 허리케인으로 파괴되었으나 1892년에 복원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교회 안에는 1713년 나무로 만든 성스러운 ‘십자가의 그리스도’상과 다른 성물도 함께 보존하고 있어 당시 신앙생활을 엿볼 수 있다.
산티시마 교회 옆에는 1808년에 지은 로만티코 박물관이 있다. 원래 사탕수수농장을 소유한 스페인 크리올 출신 브루넷 백작 소유였으나 지금은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변신했다. 특히 안달루시아 안뜰 형태를 갖춘 파티오는 매우 아름답고 디자인은 무데하르 건축과 신고전주의 건축 스타일을 혼합한 형태로 쿠바에서 최고로 인정받는다.
내부는 19세기 부유한 가정의 생활상과 그들이 사용한 골동품 가구, 도자기, 은으로 만든 식기와 초상화 등 예술작품을 볼 수 있는 14개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발코니에서는 안뜰의 건축적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입장료 외에 카메라당 1쿡을 별도로 내야 내부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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