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주변에는 우리나라 여행객도 많고 연령층도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단체여행을 온 듯한 50대 여인 무리는 가이드가 가리키는 곳을 향하여 눈을 떼지 못한다. 작년 봄 어느 TV에서 방영한 <트레블러>라는 프로그램에서 제훈과 준열이 콘스피레도레스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돌계단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던 장소다. 이곳을 찾는 한국 관광객에겐 이 드라마도 한몫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음악의 집 돌계단에 걸터앉아 한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음악과 춤을 구경하다 보면 마치 인종 전시장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여행 온 사람을 만난다. 겨울밤 라틴 리듬에 온몸을 맡기고 살사를 추는 열기 속에서 카리브의 밤은 깊어간다. 훈훈한 밤바람에 실려 온 싱그러운 내음과 밝은 달빛의 길 안내를 받으며 게스트하우스로 향한다.
쿠바는 한때 오랜 세월 정복자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깊은 상처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따랐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투쟁하여 자유를 쟁취하였다. 세월이 흘러 상처와 고통은 아물었고 지금은 새로운 역사와 아름다운 문화를 형성하는 격동기에 있다. 특히 21세기 들어 장막을 걷어치우고 여행자를 받아들이는 개방은 쿠바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되었다.
아나톨 프랑스는 “여행이란 장소를 바꾸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꿔 주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여행 오기 전 쿠바는 사회주의 국가로 우리와는 이념적으로도 많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그것은 편견이었다. 다소 인프라가 부족하나 관광 여행 분야에서는 여느 나라 못지않게 활기차고 적극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나라다.
하지만 아바나 역사지구와 콜로니얼 도시 트리니다드에서 접한 개방과 상업화된 현장은 쿠바가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을 잊게 할 정도로 빠르게 시장경제체계로 변하고 있다. 특히 관광 여행 분야에서는 지나치게 상업화되어가는 것을 볼 때 자칫 이런 변화가 지금까지 지켜온 쿠바의 문화 향유체계를 손상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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