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누가 세상을 움직이는가

성경에 다니엘이라는 인물이 있다. 나라가 바벨론에게 망하여 포로로 끌려갔었다. 그러나 다니엘은 하나님이 주신 지혜와 총명이 워낙 뛰어나 바벨론의 왕 느부갓네살을 측근에서 모시게 됐다. 어느 날 괴상한 꿈을 꾼 왕이 해석을 원하는데 아무도 해석하지 못했다. 그때 다니엘이 그 꿈을 해석하여 줬다.

그런데 그 해석이 참 맹랑하다. 느부갓네살 왕이 하나님에 의해 권좌에서 쫓겨나 칠 년 동안 들짐승과 살며 소처럼 풀을 뜯어 먹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이 천하를 다스리신다는 사실을 왕이 깨달은 후에야 회복되고 왕의 나라가 견고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정말 꿈의 내용이 그렇더라도 사실을 바르게 말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다니엘은 담대하게 바른말을 왕에게 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다니엘은 서슬 퍼런 왕에게 사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고 왕은 그 말을 귀담아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벨론의 느부갓네살 왕이 그 꿈을 꾼 지 열두 달 후에 꿈대로 이뤄졌다. 왕은 사람들에게 쫓겨나서 들짐승과 함께 살면서 소처럼 풀을 뜯어 먹고 몸이 하늘 이슬에 젖고 머리털은 독수리 털 같이 손톱은 새 발톱처럼 됐다. 그리고 칠 년이 지난 후 왕의 총명이 돌아와 회복하게 된다.

그때 느부갓네살 왕이 이런 고백을 한다. “내가 지극히 높으신 이에게 감사하며 영생하시는 이를 찬양하고 경배하였나니 그 권세는 영원한 권세요 그 나라는 대대에 이르리로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왕은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겸손해졌다. 영원한 하나님의 권세와 나라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 말에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이 있다. 세상의 권세는 순식간에 지나는 바람과 같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을 때 어떻게 했는지는 기록에 남을 것이다. 사람들은 하나님을 두려워한다면 할 수 없는 일들을 겁 없이 한다. 특히 영향력이 있는 자리에 있을 때 하나님을 두려워해야 한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어떻게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듣기 좋은 말만 따르면 필망(必亡)의 길로 갈 것이다. 쓴소리를 들을 줄 알면 잘못된 삶의 자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권세를 누릴 때, 권력에 취해 중심을 못 잡으면 바람결에 지나간 자신의 부끄러운 흔적을 고통스럽게 돌아보게 될 것이다. 앞선 사람들이 남긴 흔적에서 배우지 못하면 불행한 역사는 반복된다. 사의 교훈을 보고 배우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이 혐오하던 삶을 반복하게 된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은 그나마 감사한 일이다. 왜냐하면 이제부터라도 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붙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용호 기흥지구촌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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