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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경기] 최적지 ‘성남 트램’ 물거품땐 ‘대한민국 트램’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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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경기] 최적지 ‘성남 트램’ 물거품땐 ‘대한민국 트램’도 없다

국토부 교통시설투자평가지침 불합리… 친환경성·정시성·편리성 등 미반영
‘판교 트램’ 기재부 중간평가 경제성 발목… 11개 지자체와 공동 대응 나서

성남도시철도 2호선 발목이 정부에 의해 잡혔다.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중간 평가 격인 2차 점검 회의에서 성남도시철도 2호선 사업의 경제성이 0.49로 나온 것이다. 통상적으로 이 수치가 0.9 이상이어야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기에 2호선 추진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은 트램 주관 부서인 국토교통부의 교통시설투자평가지침에 친환경성, 정시성, 편리성 등 트램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됐다. 해당 국토부 지침을 기반으로 기재부가 예타 조사를 하는 구조이기에 2호선 경제성이 낮게 나온 것이다. 이에 성남시뿐만 아니라 트램을 추진 중인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현행 기준대로라면 트램을 도입하는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없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정부의 지침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경기일보는 지침 개정의 당위성과 트램 도입 필요성 등을 알아보고자 한다.

성남도시철도 1호선 노선도
성남도시철도 1호선 노선도

■“현 지침상 트램 도입 지자체 無”…개선 목소리 솔솔

시는 트램 형태의 성남도시철도 1ㆍ2호선 사업을 추진 중이다.

우선 2호선은 총 3천539억원 규모로 판교지구~판교테크노밸리~정자역 13.7㎞를 17개 역사로 잇는 사업이다. 주로 판교 지역을 관통하기에 일명 ‘판교 트램’이라 불린다.

지난 2019년 7월 예타 조사 사업에 선정된 2호선은 그해 5월 국토부의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승인 고시 당시 경제성이 0.94로 나왔다. 도내 지자체 트램 사업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기재부 중간 평가에서 경제성이 낮게 나옴에 따라 예타 통과 기대감이 낮아진 상황이다.

시는 기재부가 트램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평가 지침을 세웠다고 분석한다.

도로 위를 달리는 트램은 차로를 잠식한다. 가령 왕복 8차선의 도로에서 트램이 개통될 경우 2개 차선은 트램이 달리는 구간이다. 기재부는 트램 개통으로 승용차가 다녔던 기존 도로 차선이 없어졌기에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는 게 시의 분석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지침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기재부 평가의 기반이 되는 국토부 교통시설투자평가지침에는 정시성, 친환경성 등 트램 장점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 성남도시철도 2호선 노선도
성남도시철도 2호선 노선도

■본시가지 관통 성남도시철도 1호선마저 불똥

이대로라면 전국에서 트램을 도입하는 지자체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의 이러한 지침에 성남도시철도 1호선 사업마저 중단된 상태다. 모두 2천382억원 규모의 1호선은 판교역~야탑역~중원청소년수련관~성남하이테크밸리 10.38㎞를 13개 역사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1호선 사업의 경제성은 지난 2019년 5월 국토부의 경기도 도시철도망 승인 고시 당시 0.7로 나왔다. 이에 시는 경제성 상향을 모색하고자 그해 11월 성남도시철도 현행화 등 타당성 조사 용역을 착수했다.

애초 시는 이번 달 안으로 나오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개발 논리를 만들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는 현행 정부 지침대로라면 용역 결과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 용역을 중단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은수미 성남시장이 지난 3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에 트램도입 촉구 공동건의문을 전달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은수미 성남시장이 지난 3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에 트램도입 촉구 공동건의문을 전달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트램 도입 최적 성남시…교통약자 편의성 도모해야

상황이 이런 탓에 시는 지침 개선에 나서고 있다.

특히 시는 트램 도입의 최적화된 도시라는 평가를 받는다.

2호선 전체 13.7㎞ 구간 도로 중앙에는 분리대, 공공공지 등이 있어 트램 도입에 따른 도로 잠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다. 이 중 3.5km 구간의 운중로의 중앙에는 폭 8m의 트램 부지가 이미 조성된 상태다.

여기에 개발 호재가 2호선 노선 인근에 잠재돼 있어 경제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6만3천여명의 종사자가 있는 제1판교테크노밸리 등으로 2호선 하루 평균 이용객은 9만명으로 추산된다.

또 총 7만1천여명의 종사자가 근무할 제2ㆍ3판교테크노밸리가 2023년까지 준공되는 데다 8천776명의 거주하는 성남금토 공공주택지구(수정구 금토동 일원) 사업이 2024년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2025년에는 판교역을 관통하는 월곶~판교 복선전철 사업도 예정돼 있어 2호선 이용객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시는 전체 인구 14% 이상이 65세 이상으로 집계, 고령사회로 진입한 만큼 트램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트램은 지하철, 고가와 달리 이용자들이 지하나 다리로 이동하지 않고 도로 위에서 이를 이용할 수 있다. 노인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다는 것이다.

이에 은수미 성남시장은 트램을 추진하는 수원시, 고양시 등 전국 11개 지자체와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은 시장은 최근 변창흠 국토부 장관을 만나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고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변 장관은 “긍정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말했다.

은수미 시장은 “성남에 트램이 도입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에서 트램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토부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강조했다.

성남도시철도2호선 트램 조감도
성남도시철도2호선 트램 조감도

성남=문민석ㆍ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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