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투자와 투기의 차이

투자(投資)와 투기(投機)의 차이. 보통 우리는 투자는 좋은 것, 투기는 나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혹자는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하면 투자, 하지 말라는 것을 하면 투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투자와 투기를 무 자르듯이 구분하긴 쉽지 않다. 투자와 투기 모두 수익, 즉 돈을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탓이다. 학술적으로 보면 투자는 거래 대상의 가치변화에 주목하는 것이며, 투기는 오로지 시세차액에만 목적을 두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즉, 투자는 부동산이나 주식 등 거래하려는 것의 가치, 성격, 그리고 위험(리스크)에 대해 잘 알고, 결국 일정부분의 손실까지 감안해 진행하는 것이다. 반면 투기는 이 같은 합리적인 분석 및 판단보다는 막연한 희망이나 타인의 정보 및 권유에 의해 오로지 수익만을 생각하며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증권분석의 창시자이자 아버지로 불리며 가치투자 이론을 만든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은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원금을 보존할 수 있는가, 없는가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잠재적 가치에 비해 저평가 상태인 기업을 찾아 투자하고 나서 시장이 그 가치를 깨달을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을 강조했다.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개발예정지역 토지 7천 평을 사전에 사들였다는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이해충돌과 도덕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미 LH는 민변과 참여연대가 폭로한 직원 13명은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기한 의혹 등으로 인해 직위해제 상태다. 여기에 일부 LH 직원들이 ‘왜 우리는 투자도 하면 안 되느냐’고 항변하는 등의 일까지 겹치면서 현재 LH는 전 국민 비난의 대상이다.

이번 LH 직원들의 행위는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에 가깝다고 보인다. 앞서 투자의 개념에 대해 설명했듯, 부동산에 대한 분석 등을 한 뒤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시세차액만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특히 이들이 산 토지는 농지다. 농지를 매입하려면 스스로 농사를 짓겠다는 영농계획서를 내야 하는데 LH 직원들이 직장에 다니면서 농사를 짓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투기 의혹을 피할 수 없다.

결국 이들은 신도시 개발에 들어가면 해당 농지는 수용 보상금이나 다른 토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점을 악용, 현금 및 분양권 등 보상을 노린 행위다. 즉 땅의 개발보다는 시세차액에 목적을 둔 것이다 볼 수 있다. 거기에 시세차액을 높이기 위한 필지 쪼개기와 대대적인 나무 심기까지 한 것은 이들이 투기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시간을 멀리 내다보고 지금은 비록 저평가 상태이지만, 5년 뒤나 10년 목돈으로 보답할 만한 부동산을 구입했다면 그것이 바로 투자일 것이다. 물론 숨은 진주를 찾아낸다는 것은 엄청난 인내력과 산술적인 능력, 혹은 동물적 감각을 필요로 한다.

이번 LH 땅 투기 의혹을 바라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투기 세력은 결국 철퇴를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젠 우리가 스스로 투기를 할 것인지, 또는 투자를 할 것인지 잘 고민해야 한다.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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