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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이는 경찰개혁] 3. 권한 확보하니 책임 기피…수사경과 없는 수사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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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이는 경찰개혁] 3. 권한 확보하니 책임 기피…수사경과 없는 수사부서

경기경찰 수사부서 수사경과 보유 현황. 유동수 화백
경기경찰 수사부서 수사경과 보유 현황. 유동수 화백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된 뒤 경찰 내부에선 수사부서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밀려드는 업무와 부족한 인력 등의 이유에서다. 여기에 수백장에 이르는 사건 수사기록 및 의견을 복사해 검찰로 넘겨야 하는 서류 업무와 검찰의 잦아진 보완수사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인력 이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특히 기피 부서로 전락한 경제팀ㆍ여성청소년 수사팀에는 지원자 부족으로 수사경과(수사 전공 경찰관 제도)가 없는 경찰관들이 반강제적으로 끌려오고 있는 실정이다.

■종결권 받고 복사권 내준 경찰…박살난 경제팀

형사사법시스템 변혁으로 늘어난 행정 절차에 일선 수사 부서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검찰이 종결권을 내주고 복사권을 가져갔다’는 자조까지 나온다. 불송치 사건에 대한 방대한 기록을 복사해 검찰에 넘겨야 하는 업무의 족쇄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불송치(불기소) 사건의 경우 과거 서류를 검찰에 보내면 마무리됐지만, 이제는 사건 관련 문서를 복사해 검찰에 넘겨야 한다. 경기북부경찰청 A 경정은 “사건 기록만 복사하는 전담 직원을 뽑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복사권’이 큰 피로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일선 경찰서에선 경제팀이 직격탄을 맞았다. 고소ㆍ고발 사건이 많은 부서 특성상 복사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 때문에 과중한 업무를 피하고자 경제팀을 빠져나오려는 직원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수사경과 보유자들이 사이버 또는 지능팀을 선호하면서 수사경과가 없는 직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경제팀에 배치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수사부서마다 베테랑들이 자취를 감추는 모양새다. 경기남ㆍ북부경찰청 소속 44개 경찰서 경제팀 중 경감(팀장급 이상)이 1명도 없는 경찰서는 용인동부서 등 모두 14곳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경찰서들은 1~3명 정도의 경감이 배치됐으며 성남수정ㆍ용인서부ㆍ남양주남부서만이 경감 4명으로, 가장 많았다. 연천서 경제팀은 경기경찰 중 유일하게 경감ㆍ경위ㆍ경사 없이 경장 1명ㆍ순경 4명으로만 구성됐다.

이와 더불어 경기남ㆍ북부경찰청 산하 44개 경찰서 경제팀에 근무하는 인원 917명 가운데 131명(14.3%)이 수사경과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허울뿐인 역량 강화…아무도 ‘하기 싫은’ APO

지난해 국민적 공분을 산 ‘정인이 사건’을 시작으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면서 여성청소년 수사부서 내 보직 학대예방경찰관(APO)에 대한 기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가정 방문이나 유선으로 일일이 학대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업무 특성 탓에 1년 안팎으로 보직을 이탈하는 APO들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경기경찰에선 업무 전문성을 갖춘 베테랑 APO가 자취를 감췄고, 그 자리에 경사ㆍ경장ㆍ순경 등 ‘막내급’ 경찰관으로 채워지고 있다.

경기남부청 31개 경찰서 APO 136명의 계급을 보면 경사와 경장 계급이 각각 44명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팀장급 이상의 계급인 경감은 고작 2명이었다.

경기북부청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경기북부청 소속 13개 경찰서 APO 40명 중 32명(80%)이 경사ㆍ경장ㆍ순경이었으며, 나머지 8명은 경위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두 기관 APO의 수사경과 보유율도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경기남부청은 APO 136명 중 100명(73.5%)이 수사경과를 보유하지 않았다. 특히 안산상록ㆍ안양만안ㆍ부천원미 등 9개 경찰서 소속 APO 전체가 수사 비경과자로 나타났다.

경기북부청은 APO 40명 중 단 3명(7.5%)만 수사경과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새로운 권한을 손에 쥐었고 조직이 달라졌으면, 전과 다른 자세와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며 “경찰 구성원에 대한 새로운 의식 함양과 체질 개선은 지휘부 리더십에 달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부서에는 수사경과 보유자를 배치하는 것이 원칙이나, 희망자가 부족할 경우 비경과자를 배치할 수 있다”며 “APO는 자격요건에 수사경과가 별도로 필요하진 않고, 상담자격증 등이 있으면 우대 요건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민훈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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