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사업용 등록 차량 12만대 육박… 단속 건수도 매년 수백만건
추돌 사망사고에도 지자체·경찰 “인력 부족 이유” 서류상 확인만
허술한 관리 탓에 ‘허위 등록’ 수두룩… 전문가 “대대적 개선 시급”
대형 화물차의 밤샘 불법주차가 근절되지 않는 데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현행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등록된 사업용 화물차는 2017년 11만4천498대, 2018년 12만865대, 2019년 12만415대 등으로 최근 2년여만에 1만대 이상 증가한 후 줄곧 12만대에 육박한 수치가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차고지만 인근 타 시ㆍ도에 두고 실제로는 경기권역에 상주하는 화물차까지 더하면 수치는 더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도내 화물차 불법주차 단속건수도 2017년 296만3천169건, 2018년 333만7천61건, 2019년 364만139건 등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대형화물차 불법주차에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달 7일 수원에선 밤길을 달리던 택시가 갓길에 불법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으면서 60대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났다. 지난해 12월 김포에서도 승용차가 주차된 화물차를 추돌, 60대 승용차 운전자가 숨졌다.
이처럼 도심 한가운데 둥지를 튼 화물차 밤샘주차는 ‘도로 위 흉기’라는 인식 속에 위험천만한 사고를 유발하지만 해결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화물차 밤샘주차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는 ‘차고지 증명제’를 지목하고 있다.
현행 화물자동차법에 따라 운송사업자는 영업소가 있는 지역에 차고지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도심 속 화물차 주차장이 부족한 탓에 대다수가 차고지로 활용할 수 없는 곳, 또는 실제론 없는 주소를 차고지로 등록해 놓고 있다.
화물차 불법주정차 단속 및 계도를 담당하는 지자체와 경찰의 부족한 관리인력도 문제다. 이렇다 보니 지자체가 현장점검 없이 서류상으로만 차고지 유무를 확인 후 허가증을 내주는 상황이 벌어지는가 하면, 이를 악용해 차고지를 나대지 등에 등록하는 사례도 판치고 있다. 20여만원에 그치는 과태료, 어느 정도 용인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 등도 유령 차고지 조성과 불법주차를 부추기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신고로 인한 현장적발로 범칙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화물차 불법주차는 사회적으로 용인해주는 분위기가 있어 계도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화물차 차고지 증명제의 대대적인 개선을 주문하고 있다.
박경철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차주와 차고지 주소가 상이해도 허가되는 현행 등록제, 인력부족을 이유로 현장점검 없이 허가를 내주는 지자체의 안이한 행정 등이 가장 큰 문제”라며 “수요가 많은 곳에 화물공영주차장을 조성하고 여건이 안된다면 부산시처럼 야간 통행이 적은 도로 갓길에 시간제 화물차 주차장 운영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의은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도 “화물차 불법주정차문제는 역시 실효성이 떨어지는 차고지 증명제와 부족한 주차공간 두가지로 압축된다”면서 “도심 속에 공영주차장이나 유료주차장을 설치한다면 불법주정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컬이슈팀=하지은ㆍ정민훈ㆍ채태병ㆍ김해령ㆍ김현수ㆍ최태원ㆍ노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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