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지(synergy)’라는 말이 있다. 이 용어는 ‘함께 일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그리스어 ‘쉰-에르고스’ 혹은 ‘쉰-에르기아’에서 유래한다. 둘 이상의 것이 상호 협력해 작용할 때 하나가 독립적으로 작용해 얻을 수 있는 결과 이상의 효과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어떤 현상의 긍정적 결과는 다시 상승효과를 만들어 내며, 마지막에는 배가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저서 <형이상학>에서 언급한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더 크다’는 문구는 이러한 ‘시너지’의 효과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시너지 효과는 혼자가 아닌 함께 작용할 때 이루어질 수 있기에, ‘공동체’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코로나19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우리 사회 안에서 ‘함께’보다는 ‘혼자’가 친숙한 개념이 됐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오랜 시간 거리두기 운동을 시행했고, 언택트(untact) 결과로 개인화 현상은 코로나 시대의 특징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사회 공동체 안에서 개인 생활 방식이 우선한다. 직장에 출근해 동료를 만나 업무를 보지 않아도 된다. 재택근무 방식으로 일을 진행할 수도 있다. 어린 아이들은 비대면 수업을 통한 교육을 받고 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사회성을 배워야 하지만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줄었다.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이 그들과 놀아주는 친구가 됐다. 저출산 현상과 함께 코로나 시대에 가속화 되는 개인화 현상은 가정의 해체뿐 아니라 ‘사회 공동체’라는 개념까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섞인 전망을 하고 있는 학자들도 있다.
‘공동체’는 ‘그리스도교’라는 종교에 그 고유한 특징을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예수의 부활과 승천, 그리고 성령 강림 이후 신자들은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어 먹고 성전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기도했다. 그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놓으며 공동으로 소유했다(사도 2,42-47 참조). 초기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보여준 공동체 생활은 단순히 함께 모였다는 가시적 현상만으로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 신자들이 함께 모여 보여준 자기 희생적 신앙생활 방식이 긍정적 효과, 곧 ‘이방인 선교’라는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초기 그리스도 교인들의 공동체 생활은 그리스도가 직접 자신의 내어줌을 통해 보여준 모습이었고, 이방인들은 그들의 생활상을 목격하면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났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공동체의 가치와 중요성을 증명해왔다. 인간은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서 함께 일할 때 그 효과는 배가된다. 하지만 이러한 명제는 오늘날 새로운 도전을 받는다. 코로나로 인한 개인화의 가속 현상 속에서 함께 보다는 혼자가 편하게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 속에서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하기에 우리 모두의 고민과 노력이 요구되는 때다.
정진만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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