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암베드카르의 네오붓디즘

현대 인도의 위대한 인물로 3명이 거론되곤 하는데 이 3명은 간디, 인도 초대총리 네루, 그리고 암베드카르(Ambedkar, 1891-1956)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은 간디와 네루이지만 인도에서 가장 동상이 많이 제작된 인물은 오히려 암베드카르라고 한다.

암베드카르는 불가촉천민 출신이다. 불가촉천민은 인도 카스트제도의 산물인데 일반적으로 인도의 카스트는 4가지 계급으로 구분된다. 브라만(성직자), 왕족, 서민, 노예계급이다.

이처럼 처음에는 카스트제도가 4가지 계급에서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노예계급보다 아래의 계급인 불가촉천민이 더 추가됐다. 이는 말 그대로 접촉해서는 안 되는 천민이다. 만약 접촉하면 브라만 계급의 신성함에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신성함을 회복하려면 다시 종교의례를 실시해야 한다. 인도에서 이처럼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았던 불가촉천민은 인구의 15% 정도라고 한다.

암베드카르는 불가촉천민 출신이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미국과 영국에 유학 가서 경제학 박사가 되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암베드카르는 불가촉천민 출신으로는 상당한 성공을 했다. 그렇지만 그가 불가촉천민 출신이라는 이유로 같은 사무실의 부하직원들도 그와 거리를 두고서 근무했다. 심지어 사무실의 임시고용원조차도 암베드카르와 거리를 유지한 채 서류뭉치를 그의 책상으로 집어던졌다. 만약 암베드카르와 접촉을 하면 부정을 탈 것이라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암베드카르의 이러한 경험은 자연스럽게 그를 정치의 세계로 이끌었다. 1947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자 암베드카르는 초대 법무부장관이 됐고, 1950년 인도헌법이 제정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당연히 이 헌법에서는 카스트제도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암베드카르는 1935년 힌두교를 버리고 다른 종교로 개종할 것을 선언했다. 오랜 숙고 끝에 1956년에 불교로 개종했다. 암베드카르가 주장한 불교는 네오붓디즘, 곧 신(新)불교라고 부른다. “가난한 자들이야말로 종교를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인생 행로의 원천인 희망이 종교를 통해 주어지기 때문이다. 불교의 기반은 이성에 있기 때문에 현대인에게 모순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불교의 주된 목적은 고뇌하는 인류를 구하는 것이다.” 암베드카르는 이처럼 주장하면서 불교를 선택했다.

암베드카르의 신불교가 한국 사회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그의 주장은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도록 해준다. 요즘 떠도는 말 가운데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종교를 걱정한다’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강한 의문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암베드카르는 사회적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정의를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불교이고, 그것이 이 시대의 종교적 역할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병욱 불교학연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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