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아파트 거래 4건 중 1건 '외지인 원정투자'…이러니 ‘오를 수밖에’

“지난해 12월부터 경기도 아파트에 갭투자해서 지금은 8채가 됐네요”

경북지역에 거주하는 A씨(48)는 지난해 말 경기지역 아파트 투자에 뛰어들었다. 이미 오를 대로 올랐다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 앞으로도 더 오를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로도 경기지역 아파트값은 끝없이 올랐고, 8개월여가 지난 지금 그는 경기지역에 8채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A씨는 “투자에 성공하는 것을 본 지인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경기도에 아파트를 매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외지인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외지인의 수요 증가는 패닉바잉을 일으켜 집값을 고공행진하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거래현황을 보면 올해 6월 경기지역에서 체결된 2만8천423건의 아파트 거래 중 7천226건(25.4%)이 외지인 거래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지역에서 이뤄진 4건의 매매계약 중 1건은 외지인의 거래였던 셈이다. 이 중 서울 거주자의 매입은 4천996건(69.1%)이었으며, 수도권 외 지역 거주자의 매입은 2천230건(30.9%)이었다.

지역별로 살펴봐도 집값이 크게 오른 대부분 지역에서 외지인 거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올해 아파트평균매매가격이 30% 넘게 오른 동두천의 경우 6월 매매가 체결된 228건의 거래 중 89건(39%)이 외지인 거래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270건 중 82건ㆍ30.3%)보다 늘어난 수치다. 이어 높은 매매가 상승률을 보였던 시흥(771건 중 237건ㆍ30.7%), 양주(942건 중 323건ㆍ34.3%) 등도 외지인 매입 비율이 30%를 웃돌았다.

동두천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수도권 아파트 규제가 심해지면서, 흔치 않은 비규제지역인 동두천으로 외지인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에서 밀려난 실수요자와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현상은 패닉바잉을 초래, 추가적인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지인들의 거래를 투기로 단정 지을 수 없으며, 외지인들의 수요가 늘어나는 본질적인 원인을 밝혀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경기지역의 외지인 거래 증가는 서울 집값 상승에서 밀려나는 실수요자들이 늘었기 때문일 수 있다”면서 “원정투자로 단정 짓고 정책 방향을 마련하기보다 외지인 거래가 늘어나는 원인을 진단하고 적절한 처방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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