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음두기

코로나19는 나와 우리를 넘어 인류의 삶 전반에 전례 없는 불안정을 가져 왔다. 우리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다양한 고통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전한 붓다에 의하면 존재하는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해간다는 것(제행무상)과 그러한 변화유전은 그 존재 속의 개별자인 나 자신도 예외일 수는 없다는 것(제법무아)이 고통의 원인에 대한 대전제다. 모든 현상은 변해가며 동시에 어떤 현상도 다른 현상과 서로 의존하지 않고 완전히 독립된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간단한 실상을 나의 욕망으로 인해 받아들이지 못함으로써 스스로 고통의 규모를 키우고 넓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붓다는 고고(苦苦), 행고(行苦), 괴고(壞苦)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고고는 본래부터 괴로운 조건에서 생겨난 것이다<2044> 추위나 더위, 갈증 등과 같이 괴로운 조건에서 생기는 것을 말하고, 행고는 ‘모든 것은 흘러간다.’는 뜻으로 항상하지 않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 행고에 대해 필연으로 따르는 것이 ‘괴고’다. ‘즐거움이 파괴되는 것은 고다’라는 뜻이다. 부귀를 마음껏 누리던 사람이 몰락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이가 돌고 돌아 자신이 당하게 되는 비애를 겪게 되고, 활짝 피어났던 꽃도 이윽고 지고 만다. 즐거움이 올 때는 즐거움을 누리며 때가 돼 사라지고 받아들이면 되겠지만, 나의 욕망을 투사해 탐착하게 되므로 그것이 파괴될 때 갈망과 괴로움을 느낀다. 파도가 동쪽으로 흐르는 해류를 거슬러 서쪽으로 갈 수 없듯이 나의 호불호에 따라 변해가는 현상을 거스를 수 없음에도 내 입장을 고집함으로 해서 외부세계를 적으로 만드는 게 아닌가 살펴볼 일이다.

매사추세츠 의과대학 명예교수인 존 카밧진은 불교의 명상수행법에서 착안해 만든 ‘마음챙김’ 프로그램은 구글·페이스북 등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 도구로 활용되고 다보스포럼 프로그램의 하나로 자리를 잡으면서 서구 사회는 물론 국내에서도 학회와 일반 힐링 강좌로 한창 유행 중이다.

이 프로그램에서와 같이 우리가 겪는 고통은 결국 외부 세계에 대응하는 ‘내 마음의 문제’라는 마음챙김의 메시지는 하루하루 고난으로 얼룩진 삶을 견뎌내는데 분명 위로가 된다. 그러나 최근 로널드 퍼서는 <마음챙김의 배신>에서 ‘마음챙김’의 유행이 연기적으로 이루어진 개인과 사회적 외부세계에 대해서 자비와 이타행 같은 불교의 도덕적 가르침을 견지하지 못하고 단지 자기 계발의 옷을 입은 자기 훈련의 도구만 남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나’ 에게만 매몰돼 외부세계와의 구조적 관계를 도외시하게 되면서 모순적 상황에 놓이게 되고 또 다른 심리적 갈등과 고통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사르트르가 인간은 자유라는 형벌을 받고 있다고 했는데, 여기서 사르트르가 말한 자유는 나의 자유를 말한다. 그러나 제행무상과 제법무아에서 말하는 자유는 나로부터의 자유였다. 나와 나의 것을 설정하면 성장은 정지하고 소통은 사라지게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립감이 짙어지고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겹쳐오지만 이럴 때 ‘나’와 ‘우리’의 공동체적 유대를 생각하는 사회적 마음을 챙기려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붓다는 이것을 진정한 청정함이라 했다.

최성규 철학박사•한국미술연구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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