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경기침체 공장 가동률 뚝↓
주52시간·외국인 인력 수급도 차질
경영난 심각… 영세 업체들 생존 기로
“재생사업 등 지정 향후 3천300억 투입
속도보다는 효율성에 초점 맞춰야”
조성된 지 35년이 지난 국가산단인 시화스마트허브 가 신음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와 경기침체, 불황 에 따른 공장가동률 하락, 인건비 상승, 근로시간 단 축 등으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문을 닫는 공장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되는 인력난과 원자재 가 상승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가 이어지면서 소규모 영세 제조기업들은 존립까지 위태롭다. 시화스마트 허브는 시흥시 정왕동의 시화국가산단(1천612만㎡) 과 시화MTV단지(650만㎡)를 합친 산단이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이들 산단에 입주한 기업들은 1만1천 104곳이고, 임차기업들은 7천245곳이다. 시화스마트허브의 실태를 점검했다. 편집자주
■ 빛바래진 구조고도화사업
시화스마트허브는 지난 2019년 스마트산단 지정을 통해 재생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더딘 진행에 따른 비판과 실효성에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추진 중인 산단 구조고도화사업도 애초 목적과 달리 각종 문제점만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조고도화사업의 경우 기존 공장부지를 밀어내고 지식산업센터나 아파트형공장 등을 만들어 분양하면서 기존 기업주 배불리는 사업으로 전락, ‘땅장사’ 논란까지 일고 있다.
첨단산업 유치가 목적이지만 도소매업을 포함한 소규모 영세 제조기업들이 입주하면서 주차난은 가중되고 있고 기반시설은 태부족한 상황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국가산업단지동향 통계표에 따르면 올해 6월 시화스마트허브 공장가동률은 76.5%로 전국 국가산단 평균가동률 83.9%보다 7.4%p 낮다. 가동률 세부 내역을 보면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 가동률은 71.4%로 더욱 심각하다.
■ 외국인 인력수급 차질로 심각한 인력난
통계청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고용지표에 따르면 시흥의 실업률은 5.2%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주로 코로나19 첫 확산 당시 타격이 컸던 제조업 기반 지역 특성상 실업률이 높은 상황으로 풀이되지만 시화스마트허브의 현 상황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일부 소규모 영세 제조기업들은 코로나19로 외국인 인력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심각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여기에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고 근로자들 입장에선 실질임금 감소로 현장에서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원자재가 상승에 따라 생산비용은 크게 늘고 있지만 납품단가 인상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기업의 전자어음 결제에 따른 판매대금 회수의 어려움으로 중소기업들은 더이상 버틸 힘이 없다.
■ “사장님 나빠요”는 옛말…“너네들 나빠요” 현실
시화스마트허브에서 가구제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지속되는 인력난에 문을 닫을 판이다. A씨는 “매일 인력시장을 통해 하루 일당 14만원씩 주면서 직원을 구해 쓰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가 않아 가족은 물론 형제 친인척까지 다 나와 일을 해야만 간신히 납품 물량을 맞출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외국인 인력이 들어오지 못하면서 더 어렵다. 요즘은 외국인을 모시고(?) 일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적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외국인들에게도 월 300만원이 넘는 임금을 지급해야 일을 할까말까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장님 나빠요’ 하던 때는 옛말이라면서 요즘은 ‘너네들 나빠요’라는 표현이 사업주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며 “걸핏하면 고용노동부에 고소해 조사 받으러 간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사업주가 ‘을’인 시대
외국인 인력의 경우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없어진지는 이미 오래됐다. 인건비 상승에 4대보험 적용은 기본이고 퇴직연금까지 들어줘야 구인이 가능한 게 현실이다.
이처럼 인력난이 심각해지면서 외국인들끼리 국적별로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기업들의 복지나 급여수준을 평가해 기업을 선택해 취업하는 상황이 초래되면서 사업주가 ‘을’인 경우도 허다하다.
영세 소규모 제조기업을 운영 중인 B씨는 “기술직 고급 인력도 아닌데 숙소 제공은 기본이고, 방 하나에 혼자살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각각 방을 얻어 줘야 하기 때문에 비용부담은 더 늘어난다”고 호소했다.
소규모 철강제조업체 대표 C씨는 “점심시간에 물건이 들어와 하차 작업이 급한데 근로자들은 휴식을 취하고 저 혼자서 일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사업주가 근로자들의 눈치를 봐야할 때도 많다”고 푸념했다.
■ “속도 보다는 효율성에 초점 맞춰야”
시화스마트허브 등 어려움에 직면한 국가산업공단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속도 보다는 효율성에 치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계제조업를 운영 중인 D씨는 제품을 만들어 납품을 했지만 제 때 결재가 안되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제품을 만들어 납품을 완료해도 어음 결재를 하면 손해가 크다”면서 “2개월짜리 전자어음을 발행하지만 발주처가 납품 이후 2개월이 지나 계산서를 발행하면 실질적으로 4개월짜리 어음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용 인쇄회로기판 제작업체 대표 E씨는 코로나19로 베트남 공장을 2개월 넘게 문을 닫으면서 매출 20억원이 줄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시화스마트허브 내 임차기업이 1만2천여곳으로 전체의 62%이고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면서 “영세 소규모 제조기업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구조고도화사업은 보다 좋은 환경에서 사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시흥시 관계자는 “재생사업지구와 스마트허브 선도산업단지 지정 등 향후 3천3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국책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며 “속도보다는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시흥=김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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