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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세상, Today] 이름은 서울, 주소는 경기…‘이상한 구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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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세상, Today] 이름은 서울, 주소는 경기…‘이상한 구치소’

세 번째 이야기 : 서울지역 ‘님비’ 떠밀려 경기도로 온 서울구치소

의왕 서울구치소 전경. 경기일보DB

경기(京畿)라는 지명에는 ‘서울(京)의 외곽(畿)’이라는 도민의 입장에선 그리 달갑지 않은 유래가 담겨 있다. 1천년 역사 경기도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중심지가 되어가고 있지만, 뿌리박힌 서울 중심 사고는 현재진행형이다. 서울지역 기피시설을 경기도로 떠넘기는 것은 물론 주소지는 경기도에 두고 수십년째 서울 명칭으로 부르는 시설도 있다. 경기일보는 34년 전 의왕으로 떠밀려 온 ‘서울구치소’의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수렴하고 그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1. 서울 기피하니 경기 옮겨놓고, 이름은 ‘의왕 서울구치소’


34년 전 의왕시로 이전한 뒤 현재까지 서울 명칭을 사용하는 ‘의왕 서울구치소’에 대해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지역 이기주의로 서울기관을 경기도가 떠안게 된 상황이 있는 만큼 계속되는 서울 명칭 사용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의왕시 포일동에 위치한 서울구치소는 서울ㆍ경기ㆍ강원지역을 관할하는 서울지방교정청 산하 교정시설 17곳 중 유일하게 지역과 다른 명칭을 사용한다. 서울구치소 부지는 46만8천㎡로 축구장 65개 면적과 맞먹고, 수용 인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직원 규모만 700명에 달한다.

일제강점기 당시 서대문형무소는 해방 직후 서울형무소로 불리다가 지난 1961년 서울교도소로 이름을 바꿨고, 이어 1967년 서울구치소로 다시 변경됐다.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 있던 서울구치소는 지난 1987년 시설 노후화 등을 이유로 지금의 위치로 자리를 옮겨 개청했다. 이렇게 경기도에 터를 잡은지 34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서울구치소라 불리고 있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교정시설을 기피하는 ‘님비(NIMBY) 현상’이 있었다. 이 때문에 당시 정부는 도심 속 교정시설의 교외 이전이라는 방침을 세웠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 등에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을 수용하면서도 그 옆으로 가지 못하고 ‘서울의 외곽’으로 치부되던 경기도로 밀려난 이유다.

반면, 다른 구치소의 상황은 다르다. 서울 구로구에 있던 영등포구치소는 영등포구에서 구로구가 분구된 지난 1980년 이후로도 영등포 명칭으로 불리다가, 지난 2011년 지금의 구로구 천왕동으로 이전하며 ‘서울남부구치소’로 개칭했다.

님비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법원ㆍ검찰청 등과 교정시설을 함께 유치하기도 하는데, 성동구치소는 서울 송파구에 있으면서 성동으로 불리다가 지난 2017년 서울동부지법과 서울동부지검이 있는 문정동 법조타운으로 이전하며 ‘서울 동부구치소’로 이름을 바꿨다.

두 사례 모두 세밀한 지역 명칭 대신 광역 단위 명칭을 넣어 기피 현상을 해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구치소도 이전 논의가 있긴 했다. 지난 2015년 의왕지역에 ‘경기남부 법무타운’을 신축ㆍ조성하고 안양교도소ㆍ서울소년원 등과 통합 이전하는 개발 방안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그러나 이 경우 기피시설만 묶어 이동하려다 보니 반발이 상당했고, 사실상 논의가 무산됐다.

지난해 7월 정부가 수도권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서울구치소ㆍ안양교도소 부지에 주택 공급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다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기획재정부에서 ‘결정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은 뒤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서울지방교정청 관계자는 “법무부에선 신설 및 신축ㆍ이전하는 교정기관을 대상으로 광역 명칭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며 “정부기관의 명칭 변경은 지리적 위치뿐만 아니라 기능ㆍ업무 등 여러 제반 사정을 종합 검토해야 할 사안으로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2. “서울 아닌 경기도 중심으로”… 명칭 개정 바람 솔솔


서울 중심의 사고가 녹아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명칭이 29년 만에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로 바뀐 데 이어 ‘의왕 서울구치소’의 명칭도 경기도의 DNA를 담아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지난 2015년 의왕 서울 구치소 등을 이전하는 사업이 찬ㆍ반으로 양분된 주민 반발로 무산된 선례가 있는 만큼 명칭 변경에 대해 민의를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도는 지난 2018년 국토교통부에 ‘서울의 외곽’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이유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명칭 변경을 요구했다. 국토부는 도의 요청에 따라 관계기관 협의와 도로정책심의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고속도로 100호선의 명칭 변경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1991년부터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라 불리던 도로는 29년 만인 지난해 9월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로 변경됐다.

이처럼 수십년 전 ‘서울의 변두리’로 치부되던 경기도로 밀려난 의왕 서울구치소의 명칭도 이제는 경기도 중심의 이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왕시 정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의왕시의회 A 의원은 “지역 정가를 비롯해 의왕 주민들 사이에서도 서울이라는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다만 서울구치소 자체가 상징성이 있는 만큼 의왕이라는 명칭보다는 ‘경기남부’ 또는 ‘수도권남부’ 구치소와 같은 대표성을 갖춘 명칭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 장태환 의원(더불어민주당ㆍ의왕2)은 “진작부터 명칭 변경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으며,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이름이 바뀐 것처럼 합당한 명칭으로 변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명칭 변경을 추진하기에 앞서 수년 전 의왕 서울 구치소 등의 이전이 무산된 사례가 있는 만큼 주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2015년 의왕 서울구치소와 안양교도소ㆍ서울소년원 등 3개 교정시설을 의왕시 왕곡동으로 이전하는 ‘경기남부 법무타운’ 조성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또 경기남부 법무타운 맞은 편 일대에 이주민과 교정직원을 위한 주거단지ㆍ법무지원시설 등 복합타운을 조성하는 안도 마련했다. 그러나 조성부지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현재는 논의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서울지방교정청 관계자는 “서울구치소는 시설의 노후화 및 도심지 소재 교정시설의 교외 이전이라는 당시의 방침에 따라 이전된 것”이라며 “현재 서울구치소 명칭 변경에 관해 대내외 구체적인 논의나 제안 등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민훈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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