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리뷰] 경기도미술관, ‘DMZ아트프로젝트-다시, 평화’ 보고전 개막

경기도미술관이 11월28일까지 진행하는 ‘DMZ아트프로젝트-다시, 평화’ 보고전에서 김종길 예술감독이 전시 취지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연우기자
경기도미술관이 11월28일까지 진행하는 ‘DMZ아트프로젝트-다시, 평화’ 보고전에서 김종길 예술감독이 전시 취지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연우기자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는 자유로의 북쪽 끝이자 통일로의 첫 시작점인 ‘평화로’의 중간지대다. 이 중간지대는 남과 북이, 대립과 반목이 하나로 만나는 평화의 상징 공간이다. 이곳 평화누리에선 지난 5월20일부터 6월30일까지 <Let’s DMZ 평화예술제>가 열렸다. DMZ의 생태ㆍ문화ㆍ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알리자는 취지다.

이 예술제가 100일 여 만에 경기남부에서 또 한 번 펼쳐졌다. 경기도미술관이 진행하는 <DMZ아트프로젝트-다시, 평화> 보고전을 통해서다.

다음달 28일까지 도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보고전은 <Let’s DMZ 평화예술제>의 전시ㆍ체험사업 일환으로 마련됐다.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중요성 등을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 퍼포먼스 등으로 표현한 100여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경기도미술관이 11월28일까지 진행하는 ‘DMZ아트프로젝트-다시, 평화’ 보고전에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퍼포먼스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이연우기자
경기도미술관이 11월28일까지 진행하는 ‘DMZ아트프로젝트-다시, 평화’ 보고전에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퍼포먼스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이연우기자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송창의 ‘굴절된 시간’이 보인다. 이 작품은 소나무 껍질을 재료로 한 거목의 형상이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기울어져 있고, 가운데가 반으로 갈려 칼 한 자루가 꽂혀 있는 모습이다. 소나무는 굳건한 민족의 기상을, 칼은 분단의 고통을 뜻한다.

이어 백남준의 ‘호랑이는 살아있다’를 볼 수 있다. 2000년 1월1일 밀레니엄을 맞이해 제작된 이 작품은 만들어진 지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45분 분량이 전체 공개됐다.

정현은 오래된 철로의 폐침목을 활용해 인간 형상을 표현한 ‘서 있는 사람’을 전시했다. 6ㆍ25 당시 끊어진 철교 아래 버려진 침목이 작품 소재다. 남북을 다시 침목으로 잇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평화누리 언덕에 설치된 70여개 작품은 240m 넘게 줄지어 장관을 이루지만, 보고전에는 공간 여건상 3점만 설치됐다.

강익중, 꿈의 다리, 2021, 나무, 철, 기타 혼합재료, 500x350x700cm(임진각 평화누리 현장 사진)
강익중, 꿈의 다리, 2021, 나무, 철, 기타 혼합재료, 500x350x700cm(임진각 평화누리 현장 사진)

야외 데크로 나가면 이영섭의 ‘미륵’이 눈에 띈다. 발굴 조각이라는 독자적 기법을 다져온 작가인 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시간의 지층’을 담아내기 위해 공을 들였다. 또 같은 공간에서 최문수의 ‘그날의 흔적’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형형색색 조각보를 깃발로 이은 작품인데, 바람이 불었을 때 조각보들이 하나의 큰 조각을 이룬다는 점에서 ‘조화’나 ‘이음’을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무늬만 커뮤니티의 ‘샹들리에’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작품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서 쓰던 전구를 모아 표현한 것이다.

아울러 보고전에서는 안은미컴퍼니의 ‘북.한.춤’과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Body&Fever’ 등 퍼포먼스 영상을 즐길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상 평화예술제에서 열리지 못한 공연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함이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김종길 예술감독은 “평화는 서로 둘러앉아(平) 함께 밥을 먹는다(和)는 어원을 품고 있다. 2000년 6ㆍ15 남북공동선언과 2018년 판문점선언을 기념하며 평화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준비했다”며 “전시명처럼 다시 한 번 평화를 생각해 보며 역사적 인식을 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DMZ아트프로젝트/
DMZ아트프로젝트/샹들리에, 2018, 개성공단 입주기업 ‘(주)디에스이’의 LED 램프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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