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이슈] 잡초만 무성한 캠퍼스…수도권 대학도 ‘벼랑 끝’

신경대 신입생 충원율 65%, 웅지세무대는 44% 그쳐
대학가에 편의점·음식점 하나 없어…상권 붕괴 심각
‘재정지원 제한’ 대학 지정, 교직원 임금체불 우려까지

경기도내 일부 대학이 신입생 감소 및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사진은 운동장에 잡초가 무성한 파주시 웅지세무대학(왼쪽)과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화성시 신경대학교. 김시범ㆍ조주현기자
경기도내 일부 대학이 신입생 감소 및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사진은 운동장에 잡초가 무성한 파주시 웅지세무대학(왼쪽)과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화성시 신경대학교. 김시범ㆍ조주현기자

‘벚꽃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남쪽 지방대들부터 문을 닫게 될 것이란 뜻으로 쓰이는 표현이지만, 최근엔 수도권 대학들도 이 같은 경고를 피해갈 수 없게 됐다. 70곳이 넘는 수도권 대학에 입학할 학생들이 점차 줄면서 극심한 재정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대학구조조정이란 명목으로 ‘재정지원제한’ 대학으로 지정된 학교들은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이 제한되면서 더욱 형편이 어려워졌다. 본보는 수도권 소재 대학들의 실태를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24일 오전 11시께 화성시 남양읍 무봉산 자락에 자리 잡은 신경대학교. 이 학교 지상 5층과 6층짜리 건물 2개 동은 모든 문을 굳게 닫은 상태였다. 세월이 지나 누렇게 변색된 ‘출입금지’ 안내문만 이방인들을 맞이하고 있다.

주변 부대시설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흙 운동장 등 체육부지는 물론 학교 옆 자리한 환경ㆍ생태원으로 통하는 길은 한동안 사람 손이 타지 않은 듯 잡풀이 우거졌고, 동물 사체까지 방치돼 있었다. 건물 위 대학 간판이 없었더라면 이곳이 대학인지 폐가인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웠다.

인근 상권을 이루고 있는 대학가 역시 그 흔한 편의점을 비롯해 음식점, 주점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신경대는 지난해 신입생을 받았지만 충원율이 65.4%에 그치는데다 재학생 충원율 역시 54.2%로 절반을 겨우 넘기는 등 학생 모집에 난항이다.

더구나 최근 교육부로부터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되면서 재정지원조차 감소, 교직원 임금체불도 우려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파주시 탄현면 웅지세무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운동장에는 먼지 가득 쌓인 오래된 체육교구들과 잡초만 무성했다. 교내 한 공사현장은 오랜 시간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듯, 녹슨 펜스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캠퍼스 외부도 대동소이했다. 상가는 절반 이상 텅 빈 채 인근 공인중개사들이 설치한 ‘임대’ 현수막들만 힘없이 나부끼고 있었다.

웅지세무대 역시 지난해 충원율이 44.7% 그쳤다.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포함되면서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4년 수도권 소재 대학 73 중 43곳이 신입생 정원 충원율을 80%를 못 채울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대학의 위기는 교육여건 저하로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고, 충원율 저조, 재정부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신경대 A교수는 “교수들의 연봉이 일방적으로 깎여 (교수들이) 소송까지 제기하고 있다”며 “학교 측과 합의하고 있지만 크고 작은 임금 체불문제는 사라지지 않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수도권 대학 실태   학령인구·정부 재정지원↓... 3년 내 60% '도산 위기' 

대학교육硏, 대학 위기 극복 지방대학 육성방안 보고

2024년 73곳 중 ‘절반 이상’ 정원 충원율 80% 미달 전망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도입·지방사립대 감사 확대 등 제시

■ 수도권 대학들... 줄줄이 도산 위기

수도권 학령인구 감소 추세. 통계청 제공

수도권 소재 대학 10곳 중 6곳이 3년 안에 도산 위기에 내몰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4년 73개 경기ㆍ인천지역 대학 중 절반 이상인 43곳이 신입생 정원 충원율을 80%를 못 채울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가운데 36곳은 70%대에 머무르고, 50%를 넘거나 밑도는 대학은 5곳으로 예측됐다. 신입생 충원율 30% 미만이 예상되는 대학도 2곳이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오는 2037년에는 경인지역 대학 47곳이 신입생 정원 70%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경기지역의 상당수 대학이 당장 3년 안에 ‘등록미달사태’에 부딪히게 됐다. 학생 부족으로 인한 등록 미달 사태는 그간 지방 사립대학만의 고민거리로 알려져 왔으나,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수도권 대학들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학교 내부문제로 정부 재정 지원을 제한받은 도내 대학들은 이미 학생 모집 미달과 등록금 수입 감소, 이로 인한 교육 여건 악화 등 위기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신경대의 경우 지난해 입학생 충원율은 65.4%로 정상적인 신입생 모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학생 충원율은 54.2%로 더욱 심각하다. 사실상 학생 정원 절반 가량을 채우지 못한 채 학교가 운영되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재정지원제한Ⅱ’로 분류된 파주시 탄현면 웅지세무대학교는 신입생 충원율이 44.7%로 절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재학생 충원율도 60.2%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교육부가 권역별로 최대 50% 대학에 정원 감축을 권고하고, 부실 대학은 폐교한다는 내용을 담은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지원전략’을 발표하면서 대학가는 암울한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등록금 수입 감소와 정부의 재정 지원 제한이 질 낮은 교육환경을 이끌어 내며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미 개별대학의 자구책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학령인구 감소로 ‘인서울’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경기ㆍ인천지역 대학 상당수가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으로 사실상 생사기로에 놓였다. 전체 대학이 최소 10% 정원을 감축하는 등의 노력으로 인적 자원 토대의 완전한 상실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연구원은 이어 “정부가 사립대학 재정의 절반 이상을 지원하는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도입과 지방 사립대 감사 확대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 ‘정부 재정지원 탈락’ 수도권 대학, 부실대학 낙인 찍나

2024년 경기인천지역 73개 대학 예상 신입생 정원 충원율. 대학교육연구소 제공
2024년 경기인천지역 73개 대학 예상 신입생 정원 충원율. 대학교육연구소 제공

신입생 정원이 미달되는 사태를 맞인한 수도권 대학이 부실 대학이란 낙인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특히 최근 대학 살생부라 불리는 ‘대학교 기본역량진단 결과’가 나오면서 정부 재정지원에서 제외된 대학가는 비대위를 꾸리는 등 반발이 거세다.

교육부는 최근 3년간의 교육 여건·성과를 평가, ‘2021년 대학 기본 역량 진단’에서 전국 285곳 중 52곳이 재정지원 대상에서 탈락됐다고 밝혔다. 수도권 대학은 전문대를 포함해 모두 19곳이 포함됐다.

재정지원에서 제외된 대학들은 부실대학 오명을 쓸 수 있다며 일제히 들고 일어섰다.

용인대학교는 일찌감치 반격에 나섰다. 대학기본역량진단 가결과 발표 결과에서 탈락하자, 곧바로 성명서를 내고 교육부에 재평가를 요구했다. 대학의 특수성과 규모에 대한 고려가 없는 획일적인 평가라는 이유로, 이후 결과가 확정되자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예고한 상태다.

대학가의 반발에 교육부는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역량진단으로 인한 대학가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인하대는 정부 재원지원 탈락에도 인천 명문 대학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며,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특히 일반재정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인하대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온라인 시민청원이 1만명이 넘으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가 하면, 지역 정치권까지 합류하면서 거세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역량진단의 여파가 대학가를 휩쓸자 일반재정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대학 52곳 총장들은 공동 대응에 나섰다.

이들 대학은 이번 평가와 관련해 교육부 등을 상대로 행정소송 등 모든 법적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선포했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우리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은 OECD 평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계 10위권 국가 수준에 맞는 고등교육 투자가 필요하다”라며 “1996년 대학설립준칙주의 이후 신설 대학들은 등록금 의존율이 90%를 넘기도 한다. 그 다음이 국고보조금이다. 재정지원 제한으로 신입생 충원마저 더 어려워지면 대학들로썬 수익사업의 큰 원동력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제언   “등록금 동결 족쇄 풀고, 정부 재정지원 확대해야”

오는 2041년이면 수도권 학령인구가 30% 가까이 줄어든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수도권 대학의 재정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수도권 학령인구(만 6세~만 21세)는 지난해 377만9천명에서 올해 274만2천명으로 37% 감소했다. 감소폭은 해마다 늘어 오는 2041년에는 65만9천명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학령인구 감소 현상은 등록금 의존률이 높은 대학들의 재정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를 타개하고자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래지향적으로 충분한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학 재정구조로는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난을 탈피하기 힘들다는 주장으로, 정부의 재정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병국 전국대학노조 정책실장은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80%를 사립대가 부담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정부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수익자부담원칙을 내세워 책임을 전가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임에도 OECD 회원 37개국 평균 60% 밖에 고등교육 재정지원이 안된다. 이에 반해 재수생 등 포함해 고등학생의 대학진학률이 90%에 육박하기 때문에 대학교육은 결국 공교육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결국 정부가 재정부담을 얼마나 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등록금 동결이란 족쇄가 사립대의 교육여건을 악화시킨다며 대체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약속돼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사립대는 등록금이 절대적 수입원이지만, 수년째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대학은 교육비 축소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면서 “결국 대학은 급여수준이 낮고 정년보장이 안되는 비정년 교수를 임용해 교수들 또한 사명감이 떨어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컬이슈팀=하지은ㆍ김현수ㆍ노성우ㆍ김영호ㆍ진명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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