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 비대면 수업 장기화... ‘사이버 교권침해’ 새롭게 등장
교사 성적 수치심·불쾌감 유발, 道교육청 “대책 강구하고 있다”
최근 수원의 한 중학교에서 2학년 학생이 망치를 들고 난동을 부려 담임교사가 쓰러지고 학생 12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면서 교권침해 행위가 또다시 사회적 이슈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는 교육 현실에서 ‘사이버 교권침해’가 새로운 유형으로 등장, 교육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도내 A 고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교사 김혜리씨(가명)는 얼마 전 학생들과 원격수업 도중 성희롱을 당했다. 한 학생이 자신의 닉네임을 ‘OOO을 먹고 싶다’로 바꾸며 성희롱 발언을 적었던 것. 이에 김씨는 학교 측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지만, ‘교사에게 직접 성희롱한 사안이 아니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김씨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원격수업을 할 때마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뛴다”며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지만 학교에선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주지 않으려 하는 것 같아 속만 탄다”고 토로했다.
도내 B 중학교 교사 박나영씨(가명)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박씨는 수업 과제를 올리는 온라인 공간에 한 학생이 성기 그림을 올리면서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꼈다. 또 학생들만 있는 채팅방에서 자신의 사진을 두고 성적인 대화가 오간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교사가 된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다.
15일 경기도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조 경기지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교육청에 접수된 교권침해 건수는 지난 2018년 521건, 2019년 663건, 2020년(1학기) 13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수업이 시작되면서 학교 현장에서의 교권침해 건수는 상당수 감소했지만 원격수업으로 인한 사이버 교권침해라는 피해 사례가 새롭게 발생했다.
실제로 지난해 134건의 교권침해 가운데 원격수업으로 인한 피해는 ▲모욕 및 명예훼손 6건 ▲성폭력범죄 1건 ▲불법정보유통 1건 ▲성적 굴욕감 및 혐오감 11건 등 전체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교권침해가 발생해도 절반가량은 가해자들에게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실제 피해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면보다 소통이 어려운 원격수업 특성 탓에 사이버 교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전 한국교육행정학회장은 “사제 간 대화 또는 비대면 시대에 맞는 소통의 장을 늘리고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교권 보호에 대해선 사후 처리에 중점을 두다보니 사전 예방교육이 필요하며 피해 교사의 회복지원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원격수업으로 인한 교권침해 사안이 새롭게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원격수업 중 발생할 수 있는 교육활동 침해 예방 교육자료를 학교에 배포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태로운 ‘온라인 교단’ 교사 2명 중 1명 사이버 교권침해… 예방·대응책 절실
학부모가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과도한 민원 제기… 新 유형도, 교총 “교육당국 차원 대책 필요”
사이버 교권침해의 현실은 현장 교사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올 상반기 전국교직원노조가 전국 유ㆍ초ㆍ중ㆍ고교 교사 1천341명을 상대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결과, 전체 55.2%에 해당하는 응답자들이 원격수업과 관련한 교권침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2명 중 1명꼴로 사이버 교권침해를 당하는 것이다.
학교급별로 살펴보면 유치원이 75.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초등학교 61.5%, 중학교 50.8%, 고등학교 42.2% 순이었다.
전교조 관계자는 “원격수업에 따른 교권침해가 잇따르는 만큼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정비와 예방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교총이 지난 5월 발표한 ‘2020년도 교권보호 및 교직상담 활동지침서’를 살펴보면 교권침해 상담 건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지난 2019년 513건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 402건으로 22% 감소했다.
그러나 비대면 수업 전환 이후 원격수업에 따른 새로운 사이버 교권침해와 관련된 문의ㆍ상담은 지난 한해에만 30여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사이버 교권침해를 당했을지라도 피해 신고를 하지 않는 교사들까지 감안하면 그 수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부모가 수업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수업에 대한 과도한 민원을 제기하는 등 새로운 유형의 교권 침해 사례도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온라인을 통한 교권침해가 증가하자 한국교총은 지난해 사이버 교권침해에 대한 교권보호 대책 마련 등을 건의했다. 또 스토킹, 몰래 녹취 등의 교권침해까지 벌어지고 있어 예방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원격수업에 따른 교권침해 문의ㆍ상담이 지난해 30여건이나 됐다”며 “사이버 교권침해는 학교와 교원이 가해 사실조차 알기 어렵고 가해자를 특정하거나 조사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교육당국 차원의 대응 방안이 수립돼야 하며, 예방ㆍ대응 매뉴얼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2021 교육활동 보호 정책 추진 계획’에 따라 교육활동 보호 긴급 지원팀을 운영하고, 교권보호위원회 운영을 내실화하는 등 교원 보호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정민훈ㆍ박문기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