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AlphaGo) 간의 바둑 대결은 세간을 뜨겁게 했다. 최고 중 최고 인간 실력자와 최고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과의 대결, 이세돌의 신의 한수로 알파고가 버그를 일으킨 장면은 인간이 인공지능에 결코 질 수 없다는 통쾌함을 선사했지만 최종적으로 4대 1로 진 대결이었다. 혹자는 AI가 인간을 뛰어넘어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신기하게도 인간에게는 AI가 넘볼 수 없는 능력이 있다. 바로 메타인지(Metacognition)라는 자기 성찰 능력이다. 이는 자신의 인지적 활동에 대한 지식과 조절을 뜻한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해 아는 것에서부터 모르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는 전 과정을 말한다. 다시 말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모르는 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이 메타인지 능력이라는 것이다. 즉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도 같은 능력이다.
가톨릭 신부가 되기 위해 신학생들은 거의 10년 가까이 가톨릭 대학교에 머물며 철학과 신학 수업을 배운다. 세상 사람들은 ‘바보같이 시대에 뒤처진 학문을 왜 공부하고 있냐?’라고 물을 수 있다. 과연 어리석은 일일까? 신학생들은 여러 철학자의 사상과 역사를 배우는데 특히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사람들의 무지를 일깨워주고자 문답의 방법으로 사상을 전파했다.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반복해서 표현하고 그 표현을 구사하기 위해 더 많이 사고한다. 이 문답을 통해 자신이 모르거나 착각한 부분을 발견해 스스로 부족한 점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바로 ‘너 자신을 알라’라는 유명한 어록은 메타인지 향상과 닮아있다.
그뿐만 아니다. 교회 역사를 살펴보면 정말 후회할 만한 순간이 넘쳐난다. 교회 분열, 중세 종교재판, 십자군 원정, 유대인과 타종교인들에 대한 박해, 여성에 대한 억압, 원주민들에 대한 폭력,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에 대한 파문, 2차 대전 중 나치에 대한 묵인 등 교회의 여러 가지 과오들이 많다. 하느님 앞에 부끄럽고 스스로 교만했기에 교황 요한바오로 2세는 교회 역사 2천년을 돌아보며 하느님과 인류에게 용서를 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끄럽게도 저지른 일들이 무엇인지 몰랐고 그러다 보니 발생하는 일들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슬프지만, 교회는 이런 가톨릭교회의 역사를 당당히 기억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반성하고 또 반성하려 노력한다. 바로 메타인지, 자기 성찰 능력을 끊임없이 발휘하기 위해서다.
인공지능 시대라는 새로운 도전으로 인해 인간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마주할 것이다. 또 실수하고 실패할 것이다. 그러나 후회하고 일어날 것이다. 무엇보다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그리고 ‘후회하지 않을 일이 무엇인지’ 인식하는 삶이 뒷받침될 때 말이다.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인정한다는 것, 힘들지만 분명히 멋진 일이다.
김의태 수원가톨릭대학교 교회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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