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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깃대종, 생태계를 가다] ⑥ 검은머리갈매기…‘도시개발 피해 떠돌이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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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깃대종, 생태계를 가다] ⑥ 검은머리갈매기…‘도시개발 피해 떠돌이 신세’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검은머리갈매기가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의 한 유수지에서 먹이활동을 마치고 휴식을 하고 있다. 장용준기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검은머리갈매기가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의 한 유수지에서 먹이활동을 마치고 휴식을 하고 있다. 장용준기자

2001년 5월 인천 중구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인근 갯벌. 검은머리갈매기 무리가 공중을 비행하며 칠면초 군락을 유심히 찾는다. 알을 낳기 위해서다. 당시만 해도 검은머리갈매기는 해마다 4~5월 번식을 할 때면 일본에서 날아와 이곳에서 알을 낳고 부화했다.

이 갯벌은 1994년 간척 이후 적당한 소금물을 품은 염습지다. 물새들의 낙원이었던 이곳에 2001년 인천공항이 들어서면서 견디기 힘든 굉음이 들려온다. 인천국제공항에는 1일 300여대의 비행기가 이착륙한다. 검은머리갈매기는 비행기의 굉음을 자신의 알을 훔치려는 적의 소리로 인식, ‘꽥꽥’ 소리를 지르고 공중으로 날아 경계한다. 알을 품는 시간보다 하늘에서 적을 경계하느라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알은 괜찮을까?’하는 걱정에 이내 다시 내려와 알을 품지만, 결국 알은 부화하지 못하고 차갑게 식은 상태다.

여기에 ‘탕! 탕!’ 하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인천공항에서 총알이 쏟아지면서 옆에 있던 친구들이 하나둘 맞아 땅에 떨어진다. 비행기와 새가 부딪쳐 사고나는 것을 막으려 관계자들이 쏜 총알이다. 결국 검은머리갈매기는 새로운 터전을 찾아야만 했다. 떠돌이 새의 운명이다.

영종에서 쫓겨 나온 검은머리갈매기는 인천 앞바다를 건너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자리를 잡았다. 갯벌을 매립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검은머리갈매기가 살기 좋은 염습지가 만들어진다. 이에 송도 개발 초기 이들은 2·3공구에 서식했다. 그러나 얼마 후 개발이 이뤄지면서 이들은 5·6공구로, 또 9공구·11공구로 떠밀려갔다.

검은머리갈매기가 애써 정착한 송도 9공구에도 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019년 인천항 크루즈터미널이 개장하면서 이들은 새끼들과 콘크리트 바닥을 걸어다닌다. 내년 크루즈터미널에 관광객이 몰리고, 제2순환경인고속도로 안산-인천 구간 건설이 본격화하면 또 다시 터전을 찾아야 한다. 검은머리갈매기는 또 새로운 서식지를 고민해야 한다.

12일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검은머리갈매기는 현재 세계적으로 1만4천여마리가 남아있다. 그 중 80%는 중국, 20%는 한국에 있다. 특히 국내에 있는 검은머리갈매기의 95%는 인천에 있다.

검은머리갈매기는 번식기가 되면 머리에 있는 작은 점이 점차 커지면서 얼굴을 뒤덮는 특징을 갖고 있다. 번식기 막바지인 8월이 지나면 머리는 다시 흰색으로 변한다. 이 같은 독특한 특징을 가진 검은머리갈매기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이다. 주로 살아있는 작은 게와 갯지렁이를 먹으며 갯벌과 칠면초 등 바다에서 자라는 ‘염생식물’이 조화를 이루는 곳에 서식한다.

검은머리갈매기가 인천에서 사라지면 더 이상 국내에선 볼 수 없는데도 시민들에겐 여전히 낯선 새다. 검은머리갈매기는 지난해 인천시의 깃대종(보호종) 지정 후보였지만, 결국 깃대종에 들어가지 못했다. 현재는 송도 습지보호지역에 작은 안내판 하나만 이들을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황보연 국립공원연구원 조류연구센터장은 “검은머리갈매기는 계통분류학적으로 유사종이 없어서 해외에 있는 학자들도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검은머리갈매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번식지가 절실하다”며 “연구·조사로 이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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