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해학 담긴 '호랑이' 그림...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 전시 눈길

호랑이가 곱디고운 옷을 차려입었다. 저마다 옷을 입은 호랑이들은 여성스럽기도 하고 다소곳한 자세로 새들과 어울려 풀밭에 앉아있기도 한다. 임인년 새해를 맞아 호랑이를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가 열리는 때, 조금 특별한 전시가 눈길을 끈다. 화려한 털과 용맹스러운 기백은 없지만 웃음과 정겨움, 소소한 이야깃거리가 있다.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가 오는 2월 말까지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협회에서 진행하는 <효사랑 수원사랑_구정맞이 임인년의 새해 소망과 희망> 전시다.

일흔아홉의 어르신부터 아흔 네 살의 어르신 20여명이 참여해 그린 호랑이 작품 50여점을 볼 수 있다. 방역 수칙을 지키며 어르신들 2~3명씩 협회에 모여 쉬거나 놀아가며 만든 작품이 내걸렸다. 어르신들의 과거 추억과 상상이 어우러져 펼쳐진 그림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호랑이들은 저마다 표정도 입은 옷도, 성별도 다르다. 이용재 어르신은 형형색색 알록달록한 한복을 입은 호랑이를 그렸다. 한복에 꽃무늬와 금붕어 무늬를 넣어 여성스러우면서도 강인한 기품이 느껴진다. 또 호랑이의 배 부분에 돼지와 토끼 등을 그려 호랑이가 식사를 마치고 난 이후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담아낸 그림, 화투 옷을 입은 호랑이 옆에 ‘운수대통’을 적어 자신만의 특별한 기운을 넣은 그림도 눈에 띈다.

신현옥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장은 “새해를 맞아 코로나19 속 올 한해도 안녕을 빌고 어르신들 가정에 복이 많이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전시를 열었다”고 밝혔다.

전시에 앞서 신현옥 회장은 어르신들께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어르신들의 순수한 예술혼이 발현되는데 금전적인 문제가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어르신들의 작품마다 따뜻한 기운이 묻어나는 이유 중 하나로 작품을 만든 공간이 남다른 점이 한몫한다. 전시가 열리는 협회 사무실은 신현옥 회장이 25년간 사비를 들여 운영 중이다. 누구나 와서 그림을 보고 그리고, 쉬어가는 장소, 때론 어르신들을 지켜 드리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전시는 협회 사무실 안과 건물 앞 로드 갤러리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형태로 진행된다. 건물에 그려진 벽화도 1970~1980년대 전원생활을 담아내 볼거리 중 하나로 손꼽힌다.

신현옥 매미술치료협회장은 “어르신들의 재치와 열정이 담긴 그림을 보고 모두 운수대통 하고 좋은 일 가득한 한 해,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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