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세계 4대 생불로 추앙받아온 틱낫한 스님이 입적하셨다. 스님은 위파사나 수행과 함께 한국의 간화선의 세계화에 앞장선 고승이었다. 이러한 위파사나나 선 수행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 내적 또는 외적 동기를 따르는 시작에서 결코 결과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성공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고 시작하라는 메시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왜냐하면, 성공은 과정에 따르는 자연스러운 부산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열심히 매진한다면 성공은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것이지 성공이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열자가 ‘성공이나 실패에 대한 생각으로 흔들리지 말고 조용히 고요하게 일하라’고 했던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성공을 지나치게 의식하게 되면 실패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떠올리게 된다. 이 두 가지는 동시에 찾아온다. 성공과 실패는 서로 분리될 수 없는 한 가지다. 내가 성공에 집착해 생각한다면 내면 깊은 곳에서는 같은 비중만큼 실패에 대한 공포가 자리 잡게 된다.
우리는 하고자 하는 일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미리 예단할 수 없으며 나의 바람과 달리 당연히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한 실패의 가능성이 우리를 떨게 하는 것이다. 즉 성공이라는 야망이 나를 미래로 이끄는 힘이 되는 동시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러한 공포가 나를 떨게 만든다.
위파사나나 많은 선사의 가르침이 주는 핵심은 ‘그냥 할 뿐’, 지나치게 앞을 내다보지 말라고 이른다. 왜냐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보상받게 돼 있다는 것이다. 나의 모든 행업에 있어서 보상받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인도철학에서 말하는 카르마, 즉 업(業)이다. 카르마에 의하면 어떤 것도 보상받지 않거나 처벌받지 않는 것은 없다. 그래서 성공은 저절로 찾아오게 마련인 것이고 같은 원리로 내가 범한 잘못에 대한 처벌 또한 그림자처럼 저절로 따라오게 돼 있다.
그래서 결과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길을 걸어가면서 자신의 그림자가 뒤따라오는지 확인하려고 계속 뒤돌아본다면 아마도 정신이상자로 여겨질 것이다. 그림자는 따라서 온다. 이는 필연적이다. 따라서 올바른 노력과 인식 주체와 인식 대상에 대한 전체성을 가지고 올바른 방향으로 정진해나간다면 보상은 한치의 틀림도 없이 나를 따라올 것이다. 그래서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설해진 팔정도에서도 정업(正業)과 정정진(正精進)이 전제돼 있는 것이다.
최성규 철학박사·한국미술연구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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