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시작하며 행복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식물들에 둘러싸여 여러모로 배려해주는 동료들과 함께 일해 좋습니다”
24일 용인특례시 처인구의 한 화훼 농장. 장애인(지적장애) 직원들이 비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분갈이 작업에 한창이었다. 장애인 직원은 11명, 비장애인 직원은 14명으로 총 25명에 달한다.
잠시 뒤 직원들 사이로 지적장애를 가진 정창욱씨(58)가 어눌한 말과 함께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그러자 옆에 있던 직원은 “저거(분무기) 맞지?”라며 물건을 정확히 집어 정씨에게 건넸다. 정씨도, 마주보던 동료도 서로를 향해 씩 웃은 뒤 다시 일에 집중했다.
일하는 내내 불명확한 발음과 어색한 문장을 구사해도 1년 넘게 함께 일해온 직원들은 장애인 동료들의 크고 작은 요구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오랫동안 호흡해온 가족 같았다.
점심 시간이 되자 구내식당에 옹기종기 모인 직원들은 왁자지껄 했다. 어젯밤 있었던 일부터 오전 작업 중 벌어진 실수까지 쉴 새 없는 수다가 이어졌고, 이들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이곳에서 만큼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가 허물어진듯 보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공간에서 근무하면 불편할 것이란 시선이 많지만 이들에겐 조금의 어색함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비장애인 직원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라며, 남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화훼 생산 유통 전문기업 ㈜그리니쉬 농업회사법인(대표 권영석)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구현해 나가고 있다. 권영석 대표(57)는 2년 전 도내 한 지자체 복지과 담당자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들과의 우연한 자리를 통해 장애인 고용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각종 정보를 수집해 장애인들이 노동을 통해 땀을 흘리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농업’을 회사에 접목시켰다. 또한 장애인들에게 직업(현장)에 맞는 치유와 교육이 우선이라고 판단, 장애인 직원들의 직장 생활을 도울 ‘원예 치유사’를 정직원으로 채용했다.
이후 ‘원예치유농업’ 프로그램을 통해 3명의 장애인을 직원으로 채용한 그는 현장 실습을 통해 활짝 웃는 이들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 더욱이 이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모습에 또 한 번 마음이 뭉클해했다. 그렇게 장애인 직원은 하나둘씩 늘어났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는 권 대표는 “장애인들이 치유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아 기술을 배우고, 기술력을 키워 직원들과 회사가 동시에 자립하는 길, 그것이 회사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며 “장애인 치유 농업을 통한 자생력 있는 사회적 농업을 계속 실현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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