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세계는 경제 전쟁 중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대 초 독일은 약 10억배에 달하는 물가 상승이 발생했다.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물어야 했던 탓에 정부가 화폐 발행을 남발한 탓이다.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에 직면해야 했다.

1973년 이집트와 이스라엘간의 제4차 중동전쟁으로 OPEC 국가들이 가격을 담합했다. 제1차 오일쇼크가 왔다. 이는 전 세계에 스태그플레이션을 불러왔다. 경제 제재와 자원의 무기화로 인해 촉발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세계 근대사에 전쟁으로 파생된 최악의 경제상황이다.

지금 세계는 경제 전쟁(Economic War) 중이다.

코로나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촌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벌어지면서다.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 등 에너지 수출이 주력인 러시아와 유럽의 빵바구니라 불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에너지 수급의 불균형이 시작되며 가격이 치솟고 있다. 밀 등 곡물도 마찬가지다.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 루블화는 폭락했다. 모스크바 증권, 선물시장은 폐장했다. 침략을 당한 우크라이나의 주요 거점 도시들은 러시아의 폭격으로 폐허가 되는 등 경제적 피해는 산정조차 어렵다.

유럽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에너지와 원자재를 공급한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지리적·경제적으로 밀접한 탓이다.

독일의 3월 물가상승률은 7.3%를 기록, 1990년 초 통일 후 최고를 기록했다. 전쟁 이후 난방유는 전년동기 대비 99.8% 치솟았으며 식용유는 19.7% 올랐다. 채소와 빵은 각각 14.2%와 7.1% 급등했다. 스페인도 3월 물가상승률이 9.8%로, 1985년 5월 이후 약 37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영국에서도 밀 가격이 20% 이상 상승했다.

우리나라도 자유로울 수 없다. 기름값이 고공행진하고, 농축수산물 수입가격지수가 3개월째 30% 이상의 상승률 기록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은 직접 전쟁에 뛰어들진 않았지만, 강력한 경제 재재로 맞서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해외 외환보유고 접근 제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 주요 은행들 배제 등의 경제 제재를 가했다.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도 금지했다.

특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도시 부차에서 민간인학살 의혹 사건 이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러시아에 대한 신규 투자 금지를 비롯해 추가 금융 제재 등의 조치를 내렸다.

1경에 가까운 자본을 운영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 30년간 진행되어 온 세계화가 끝났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세계 금융 시스템에서 크게 퇴출됐다는 불랙록은 “수많은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응징으로 러시아를 떠나거나, 영업을 중단했다”면서 “이러한 경제 전쟁은 기업들이 폭력과 침략에 대응하여 단결할 때 무엇을 달성할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아직도 전쟁은 진행 중이다. 세계가 어떠한 경제 상황에 맞닥뜨릴지는 미지수다. 훗날 평가될 것이다. 그럼에도 역사는 반복된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이명관 경제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