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한 수묵채색으로 담아낸 이국적 풍경’…이한정 작가

이한정 작가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겹겹의 바위 층, 끝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광야, 너무 빽빽하지도 비어있지도 않은 숲. 까만 먹과 은은한 색으로 조화를 이뤄 그려낸 풍경들이다. 동양적인 기법으로 서양의 광활한 자연을 담아냈지만 이질적이지 않고 보는 이들에게 편안함과 익숙함을 느끼게 한다.

이한정 作 '호수'

20일 서울 마포구 ‘A BUNKER’ 갤러리에서 개인전 <붉은 겹>을 연 이한정 작가(41)는 그가 지나쳤던 자연의 풍경에 대한 기억을 관람객이 편히 즐길 수 있게 작업한다.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에서 거주했던 그는 요세미티, 세도나, 캘리포니아 등 무수히 많은 풍경들을 카메라와 기억에 담아왔다. 이한정 작가는 “한국과 다른 환경을 어떻게 그릴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며 “내가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수묵화로 미국의 광활한 자연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는 5월8일까지 진행되는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작품 역시 미국 세도나의 풍경을 담아냈다.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또렷하게 각인된 나무와 바위, 흙이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이 작가는 “붉은 흑과 바위산은 강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며 “먹으로 바위의 단단함과 견고함, 붉은빛 땅이 가진 자연 그대로의 색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서양의 드넓은 풍경을 그리기 전에는 경기도 곳곳의 자연을 그렸다. 서양만큼 넓고 거대하지 않지만 아기자기하고 더욱 친근감이 드는 곳들이다. 거주지와 가까운 의왕, 어린 시절부터 자주 갔던 이천, 정겨운 할머니 댁에 가다 마주치는 광주와 여주 등 눈앞에 펼쳐진 자연을 그만의 기법으로 한지를 물들였다.

이한정 作 '들'

그래서인지 이 작가의 작품을 보는 이들은 저마다의 기억을 떠올린다. 한국, 미국, 중국 등 다양한 곳의 풍경을 그려도 관람객이 익숙한 곳을 연상시킨 다는 것. 그래서 이한정 작가는 작품 명에 자세한 위치를 언급하지 않는다. 이 작가는 “내가 기억하는 자연을 통해 관람객들이 여행 갔던 곳, 어릴 적 자주 갔던 곳 등 저마다 친숙한 곳을 떠올린다”며 “들과 숲, 나무를 보며 관람객이 상상에 빠질 수 있도록 작품명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미소에 담긴 말처럼 이한정 작가는 더 많은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더 좋은 자연의 모습을 전달하는 것을 꿈꾼다고 했다. <붉은 겹> 전시 이후 5월부터 9월까지 다양한 전시를 통해 바다와 섬, 오름 등의 모습을 전할 예정이다. 이한정 작가는 “조금씩 바뀌는 자연처럼 나 역시 은은하게 변화하면서 나만의 색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나만의 색을 담은 작품으로 고루하게만 생각했던 동양화의 인식을 바꾸고 자연의 좋은 감정을 그대로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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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정 作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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