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 제임스 엘턴(James Elton)은 차풀테펙 성을 둘러보고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곳의 아름다움을 능가할 수 없다”고 썼을 정도로 비할 데 없는 전망과 테라스를 가지고 있다. 성은 북미에 있는 유일한 왕궁일 뿐만 아니라, 영화 속 무대로 즐겨 찾는 촬영 명소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적 배경으로 재해석한 베즈 루어먼(Baz Luhrmann) 감독의 영화에서 반항적인 로미오 역할로 매력을 한껏 드러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가 열연한 곳이고, 로버트 알드리치(Robert Aldrich) 감독의 <베라 크루즈>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성에 오르면 멕시코시티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고풍스러운 성은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빼어나게 아름다우며, 멕시코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국립 역사박물관으로 탈바꿈한 차풀테펙 성을 둘러보고 언덕 아래로 내려오는데, 공원길 한쪽에서 트레몰로(tremolo) 주법의 귀에 익은 기타연주가 들려온다. 남루한 차림의 길거리 연주가는 화음에 심취해 에스파냐의 영혼을 되살린 기타 작곡가 타래가의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연주한다. 잠시 발길을 멈추고 현란한 손가락 놀림에서 인간의 직관적인 느낌을 넘어 시간과 공간의 허공을 향해 잔잔하게 흐르는 리듬에 마음을 뺏겼다. 바구니에 동전 한 닢 놓아주고 역사지구 서쪽에 자리하고 있는 국립예술극장(Palacio de Bellas Artes)으로 발길을 옮긴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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