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경기도 체육 3단체 행정수장 공석 유감

경기체육의 주요 3단체인 경기도체육회와 경기도장애인체육회,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을 이끄는 사무처 수장이 모두 공석이다. 도체육회는 지난해 말 사무처장의 갑작스런 사퇴 이후 4개월째 공석이고, 장애인체육회는 최근 사무처장이 도지사 후보의 선거지원을 위해 떠났다. 또한 월드컵관리재단은 사무총장이 지난해 8월 24년전 상해치사 복역 사실 논란으로 자진 사퇴했다.

월드컵관리재단과 장애인체육회는 도지사가 각각 이사장과 회장으로 인사권자이고, 도비 지원을 받는 도체육회는 민선 회장이 임명한다. 도지사가 공석인 상황에서 3개 단체 사무처 수장의 임명은 절차 등을 고려할 때 지방선거 이후 빨라야 7~8월쯤이 될 전망이다. 이들 3단체 행정 수장의 공석으로 업무가 원활하지 않다며 체육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체육 3단체 기관장 공석이 모두 정치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체육회 전임 사무처장은 오랫동안 정당인으로 활동하며 3개 도 산하기관 간부를 거쳤다. 이어 첫 민선 체육회장 선거를 도운 뒤 주위의 반대에도 공모 형식을 빌어 취임, 도의회와의 갈등을 빚으며 온갖 수난을 겪다가 불과 1년여 만에 사퇴, 장기 공석을 초래했다. 그리고 자신은 지방 공기업 사장으로 취임했다.

또한 얼마전 사퇴한 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은 두 차례 도의원을 역임한 뒤 지난 선거에서 공천을 못받고 산하기관장에 취임, 두 번이나 연임했다.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자신의 SNS에 ‘공직선거 승리가 정치인의 임무’이기 때문에 선거 승리를 위해 일한다는 장문의 글을 남기고 떠났다. 이에 체육계의 시선은 곱지않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유력후보 라인으로 말을 갈아탔다는 평가다.

과거사로 인해 중도 하차한 월드컵재단 사무총장도 다르지 않다. 4년전 지방선거 당시 전임 도지사를 도운 것을 계기로 재단 본부장을 거쳐 불과 몇개월 뒤 사무총장으로 취임했다가 과거 전력이 드러나 사퇴했다. 이들 3단체 실무를 이끌어 가는 수장의 공석이 모두 정치와 연관이 되면서 체육계가 성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다가오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줄을 서는 체육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지방체육회 간부들은 특정 시장·군수 후보를 위해 대놓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린다. 순수했던 체육이 정치와 체육인으로 위장한 일부 ‘철새 정치꾼’들에 의해 점차 퇴색해 가고 있다.

물론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로 재임한 체육단체 수장들 중에는 혼신을 다해 발전을 이끈 이들도 많다. 모두를 평가절하 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정부의 예산을 지원받는 도와 시·군 체육단체 입장에서 정치권(자치단체장)의 입김을 완전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지방체육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율성이 담보된 발전을 이뤄야 한다. 지방정치권의 성찰과 함께 더이상 정치권과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체육인들 스스로 역량을 키워야 할때다. 체육계 발전은 자치단체장 측근이 아닌, 체육인이 주도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는 것을 자치단체장 후보들이 알았으면 한다.

황선학 문화체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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