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솔직한 마음을 말하긴 쉽지 않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노부부 역시 마찬가지다. 수십년의 세월을 함께 했지만 자신의 속내를 시원하게 말한 적은 거의 없을 것이다. 노부부 각자의 가슴에 묻어둔 진심과 사랑을 그려낸 연극이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수원SK아트리움 무대에 오른다. 수원시립공연단의 <바람, 다녀가셔요>다.
<바람, 다녀가셔요>는 젊은 시절 자신을 구하다 불구가 된 ‘김씨’를 마음에 품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남편 ‘박씨’와 자식을 위해 희생하며 살았던 ‘순자’와 아내에게 따뜻한 말 한 번 해준 적 없는 괴팍한 남편 ‘박씨’, 순자가 한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온 ‘김씨’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지난 3일 오후 3시께 수원시립공연단 1층 연습실에선 공연 속 주인공 ‘순자’와 ‘박씨’ 역을 맡은 손숙 배우와 이순재 배우를 만날 수 있었다. 두 배우는 때론 뭉클하게 때론 아이처럼 웃으며 서로의 호흡을 맞춰 나갔다. 박씨를 연기하는 이순재 배우는 “과거 부부는 ‘우리가 사랑해서 사는 건가, 의무감에 사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지금 젊은 부부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예전엔 부부면 무조건 같이 함께 해야 했다”며 “<바람, 다녀가셔요>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심정을 잘 담아낸 연극”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박씨는 옛날 남편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따뜻한 말을 하지 못해 아내와 자식에게 모질게 대하는 무뚝뚝한 사람”이라며 “말하지 못하는 아내의 사랑과 아내의 첫사랑에 대한 자격지심을 잘 표현했다”고 인물에 대해 설명했다.
이 배우가 말한 것처럼 박씨는 아내 순자와 자식들에게 모질게 대한다. 사랑하지만 표현하지 못하고 순자가 떠나간 후에야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고백한다.
<바람, 다녀가셔요>는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배우 이순재와 손숙 배우의 합은 놓칠 수 없다. 두 배우는 다양한 연극으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와 이번 공연에서도 관록의 케미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현실적인 장면과 시와 같은 대사가 두 배우의 모습을 조화롭게 만든다. 평생을 남편과 자식에게 바친 순자 역을 맡는 손숙 배우는 “연극배우에게 연극은 일상이다. 모처럼 관객들 앞에서 일상을 되찾아 행복하다”고 공연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이순재 배우와는 워낙 많은 작품을 함께해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추고 있다”며 “수원시립공연단원들과 구태환 예술감독과도 잘 맞아 연습이 수월하다”고 연습 과정에 대해 언급했다.
<바람, 다녀가셔요>은 평범한 우리네 이야기를 담고 있다. 때문에 두 배우가 관객들에게 바라는 점도 한 가지다. 평범한 우리네의 이야기를 담은 공연인 만큼 관객들 역시 편안하게 봐주는 것. 이순재 배우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공연이기에 객석을 가득 채워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공연을 보고 가슴에 뭉클한 무언가가 남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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