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인 5월8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부처는 네팔 눔비니 동산에서 고타마싯타르타 왕자로 태어났다. 음력 4월8일인 날이 불교인에게는 가장 큰 명절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말할 때는 ‘4월 초파일’이라고도 한다.
한동안 석가탄신일(釋迦誕辰日)이라 불렸는데, 이것은 1975년 정부에서 대통령령에 의해 공휴일로 지정할 당시의 명칭에서 비롯된 것이다. ‘석가가 태어나신 날’이란 의미인데, 석가는 인도의 샤카라는 종족의 이름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불교계에서 한글로 된 명칭 변경을 요구해 왔으며, 그 결과 2017년 10월10일 국무회의에서 공휴일 규정의 석가탄신일 명칭을 부처님 오신 날로 공식적으로 바꿨다. 그리하여 2018년부터는 부처님 오신 날이 공식 명칭이 됐다.
예로부터 관등(觀燈) 또는 연등(燃燈)놀이라 불린 부처님 오신 날은 다양한 민속행사가 펼쳐져 민족의 고유한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숭유억불의 조선시대에도 사찰이나 거리에 등불을 환하게 밝혔는데, 연등은 물론 각양각색의 등을 만들고, 등대(燈臺)를 세워 깃발과 등으로 장식해 부처님 탄생을 축하했다. 또한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시기이기에 풍년이 들기를 국가와 백성들이 염원하며 기원하기도 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경문왕 6년(866) 정월 15일과 진성여왕 4년(890) 정월 보름에 서라벌(경주) 황룡사에서 연등(燃燈)을 봤다는 기록이 전해질 만큼 등불을 밝힌 전통은 오래됐다. 법흥왕 14년(527) 이차돈(異次頓)의 순교로 불교가 공인 됐으니,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하는 역사는 1천600년이나 됐다. 고려시대는 연등회(燃燈會), 조선시대는 호기(呼旗)놀이, 관등(觀燈)놀이로도 불리며 선조들과 함께했다.
우리나라 부처님 오신 날이 지금은 세계인의 축제로 주목받을 만큼 성장했다. 연등회 제등행렬이 열릴 때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의 참여가 눈에 띄게 증가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축제가 됐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연등회(燃燈會)는 2020년 12월16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세계인이 와서 함께 연등회 문화축제 제등 행렬을 전국에서 해마다 봉행한다. 지난 주말 서울, 수원, 부산,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는 불교인과 시민이 형형색색의 연등과 장엄물을 앞세우고 시내를 행진하며 부처님 오신 날을 함께 기뻐했다.
이즈음 등불을 밝히는 이유는 번뇌와 무명(無明)으로 고통받는 중생에게 지혜를 전달해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서다.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인 5월8일은 어버이날이기도 하다. 불교에서는 누구나 부처님이 될 수 있는 불성(佛性)을 지니고 있다고 하니 어머니와 아버지도 부처님으로 공경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벗는 등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점에 맞이한 부처님 오신 날, 가족과 함께 가까운 사찰을 찾아 그동안 지친 신심(身心)을 쉬는 시간으로 삼았으면 한다. 경기도에도 봉선사와 용주사, 가까이는 조계사, 봉은사 등을 비롯한 좋은 사찰이 많으니, 불교인들은 신앙생활의 하나로, 다른 종교인들은 민족의 고유한 풍습을 체험하는 기회로 여기고 방문하면 좋겠다.
사계절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녹음(綠陰)을 자랑하는 5월의 초입에서 만나는 부처님 오신 날과 어버이날에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마음에 치유와 힐링을 통해 새로운 희망의 꿈을 이뤄가길 기대한다.
오봉도일 스님 25교구 봉선사 부주지·양주 석굴암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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