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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아동의 그림자 같은 삶_꿈꾸는 아이들] 3. 아픔보다 먼저 배운 가난... 맹장이 터져도 울지 못했다
사회 난민 아동의 그림자 같은 삶

[난민 아동의 그림자 같은 삶_꿈꾸는 아이들] 3. 아픔보다 먼저 배운 가난... 맹장이 터져도 울지 못했다

한국 체류 난민들 가장 큰 걱정은 ‘건강’...배 아파도 참다가 선생님 권유에 병원 찾아
응급수술로 고비넘겼지만 수술비 부담 한숨...건강보험 의무 가입에 난민신청자는 제외 
“출생 순간부터 건강하게 성장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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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을 비롯한 이주배경 아동들이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다. 김종연PD

지난 12일 오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에 위치한 안산 글로벌다문화센터 3층. 난민 아동을 비롯한 이주배경 청소년들의 한국어 수업이 한창이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아이들은 당황했지만 선생님은 “그냥 사진만 찍는거야”라며 집중시킨 뒤 칠판에 적힌 한국어 문장들을 읽어내려갔다. 수업이 끝나갈 즈음 복도에서는 점심식사 준비로 분주했다.

음식 냄새가 코끝을 찌르자 아이들도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나고 센터는 학생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로 가득했다. 교실 밖으로 우르르 쏟아지는 학생들, 그리고 그들이 내뱉는 그 소란스러움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정적이 흐르던 교실 한 켠에 학생들이 직접 적은 ‘나의 꿈’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 학생은 ‘내 이름은 카마나(가명)이에요. 저는 콩고 사람이에요. 나의 가장 큰 꿈은 학업을 마치고 직업을 갖는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또 다른 콩고 출신 학생은 ‘저는 균형있는 삶이 좋아요. 제 삶도 균형을 유지하며 사는 삶이 되고 싶어요. 고맙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삶의 균형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국에서 안정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센터에서는 9세 이상 24세 이하 이주배경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오전 9시 10분부터 50분씩 3교시에 걸쳐 한국어 수업이 이뤄지고, 오후 2시부터는 ‘특별한국어’ ‘자치회의/문화활동’ ‘미술’ ‘원예’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모두 한국과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을 위한 것들이다. 이처럼 밀도높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덕분에 안산 뿐 아니라 시흥, 파주, 일산, 평택, 천안 등 곳곳에서 센터를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아픈데 돈은 없고...” 벗어날 수 없는 악순환

누구보다 밝아보이는 아이들이지만 가슴 한 켠에는 말 못할 고민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특히 체류자격이 불확실한 난민 아동들의 고민이 깊다. 부모님을 따라 중도에 입국한 아이들도 있지만, 현재 한국에 체류중인 난민 아동 대부분은 한국에서 나고 자라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다. 하지만 한국 출신이 아니기에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다. 상급 학교에 진학할 수 있을지, 성인이 돼서 직업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큰 걱정은 ‘건강’이다. 아파도 맘 편히 병원에 갈 수 없고, 막상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도 치료비 걱정에 한 숨부터 나온다.

며칠 전 난민 A군에게 이같은 걱정은 현실이 됐다. 배가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다가 이를 이상하게 여긴 센터 선생님의 권유에 결국 병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A군은 맹장이 터질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고 곧장 큰 병원의 응급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초음파 검사 등을 받은 뒤 응급 수술에 들어갔고 입원 뒤 경과를 지켜본 후에야 퇴원할 수 있었다. 고비를 넘겨 안도했지만 A군 가족에게 250만원의 병원비가 청구됐다. 하루 일당 8만원을 벌며 겨우 먹고사는 A군 가족이 감당하기에는 큰 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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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에서 이주배경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수업이 진행 중이다. 김다희PD

A군 가족의 사례는 단순히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해 맘편히 병원진료를 받을 수 없다는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악순환’의 고리가 그들을 옭아매고 있다. 아이가 아프면 목돈이 들어서 돈이 없고, 돈이 없으니 병원에 가지 못하고, 병원에 못 가니 또 아프고, 아프면 일을 못해 돈을 못 벌고, 돈을 벌지 못해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고, 아이가 집에 있으니 부모가 일을 못하는 악순환이 이들의 고통을 배가시킨다.

■ 난민 아동, 출생 순간부터 도와야

국제 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 2018년 공개한 설문조사에서 1년간 병원 치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이용하지 못한 경우가 68명 중 37명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앞서 2013년에 발표한 ‘한국 거주 난민아동 생활 실태조사 및 지원방안 연구’에서는 난민 아동들이 난민으로 인정받기 전까지 아무런 신분증명을 받지 못해 의료보험에 의한 보장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치료가 절실해도 병원을 이용하지 못하고, 비싼 병원비 때문에 아파도 참아야 하는 상황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2019년 건강보험제도가 개정되면서 난민이나 인도적체류자도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됐지만, 난민신청자는 제외됐다. 1%대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난민이 건강보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병원에 가지 못하는 난민 가족은 점점 늘어나고, 당연히 누려야 할 아이들의 건강권도 침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은수연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 실장은 “(난민) 아이들이 영유아기 시절부터 적절한 교육과 조치를 받지 못하고 자라다보니까 나중에 입학해서야 장애 여부가 발견된다. 지금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 중에도 (발견된 사례가) 있다”며 “건강과 교육은 맞물려서 돌아간다. 아이들이 출생의 순간부터 도움을 받아 성장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영준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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