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8년 안성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딸로 태어난 바우덕이는 기예가 워낙 출중해 열다섯살이 되던 해 남사당패의 우두머리인 ‘꼭두쇠’가 됐다. 조선 최초의 여성 꼭두쇠다.
남성이 주축을 이루던 시대·집단에서의 여성 우두머리. 오늘날 우리의 삶에 바우덕이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국음악의 혁신을 주도하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와 국내 대표 연희단인 ‘안성시립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이 만나 바우덕이를 현대로 소환한다.
이달 20일부터 21일까지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는 <장단의 민족 시즌1: 바우덕이 트랜스포머>가 관객을 만난다. 경기시나위의 올해 첫 레퍼토리 시즌 공연이다.
이 공연은 1910년 어느 날 ‘바우덕이 콩쿨전’을 통해 바우덕이의 이름을 다시 사용하려는 참가팀 5개가 놀이와 풍자, 해학을 벌인다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탈놀이, 줄타기와 꼭두각시 놀음까지 전통연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사상 최초로 모던 풍물오페라라는 장르를 만들어냈다.
공연을 앞둔 경기시나위 이일우 수석 악장(밴드 잠비나이)은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특히 이번 공연이 최근 3년여간 코로나19로 닫혔던 모처럼의 ‘관객 체험형’ 공연인 만큼 떨림이 크다.
이 악장은 “공연은 관객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는 점을 더욱 체감하게 된 시간이었다. 카메라 앞 시청자가 아닌 무대 앞 관객을 대상으로 하자니 서로 어떤 에너지를 주고 받을지 벌써부터 기쁜 마음”이라고 입을 뗐다. 이어 그는 “연주자들 모두 무대에 목말라 있었기에 함께 좋은 공연, 좋은 무대를 만들어가자는 뜻으로 잘 뭉쳐졌다”며 “함께하는 무대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일우 악장은 콩쿨전에 참가하는 1~5팀의 이야기가 각각 다른 만큼 음악도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스토리는 하나로 이어지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참가번호 1’의 곡은 덧뵈기를 테마로 참가작 중 가장 날카롭고 강렬한 느낌을 주고, ‘참가번호 2’의 곡은 줄타기를 테마로 예인 한 사람마다의 인생을 담으려 노력했다는 의미다.
이 악장은 “참가번호 3~5번의 곡도 ‘어느 한 곳에 치우지지 않는 씩씩한 자신감’이라던지 ‘늘 웃으며 흥겨움을 주지만 그 속엔 슬픔이 있다’던지 등의 매력이 녹아 있다”며 “굳이 풍물 가락을 드러내기 보단 우리 악기가 우리 장단에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섞이도록 노력했으니 무대에서 직접 지켜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험과 시도’의 아이콘 경기시나위에 있으면서 대중성을 잡을지, 창의성을 잡을지 고민도 많다. 이 악장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창의성에 조금 더 중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늘 마음 한 구석에는 대중성을 염두하고 있기에 단순 실험에서 끝나는 무대가 아닌 감동을 주는 무대를 만들고자 한다”며 "이번에 그런 결실을 직접 눈과 귀로 경험하실 수 있을 것이니 절대 놓치지 않으시길 바란다”고 웃으며 강조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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