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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토닥토닥] 7명에 장기기증... 아름다운 생명나눔 ‘최고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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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토닥토닥] 7명에 장기기증... 아름다운 생명나눔 ‘최고의 선물’

쓰러진 아내 뜻받아 이웃에 새 삶...남편 이춘남씨 “나 역시 희망 주고파”
장기기증 인식 높지만 대기자만 4만명, 생명 살리는 숭고한 나눔 관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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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상을 떠날 때 할 수만 있다면 많은 생명을 구하고 떠납시다”

아내는 늘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그리고 10년 전 그날,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자녀를 모두 키워 놓고 지난 2008년 해남으로 귀농해 작은 정원을 꾸리며 소박하게 산 지 4년째 되던 해였다. 쓰러진 아내는 뇌사 상태에 빠졌고, 그는 아내의 평소 뜻을 받아들여 장기기증을 선택했다.

아내의 각막, 콩팥, 간, 췌장, 폐, 안구는 20대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까지 7명의 환자에게 이식됐다.

고(故) 신창자씨의 남편 이춘남씨(79)의 이야기다. “우리 부부는 질병도 없었고 운동도 꾸준히 해 정말 건강했었어요. 그래서 아내도 저도 많은 이들을 위해 장기기증을 하자고 다짐했었죠. 어차피 죽어서 흙으로 돌아갈텐데, 새 삶이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고 떠나면 더 뜻깊을 테니까요.”

생명을 구하고, 사랑을 나누는 형태 중 하나로 장기기증이 널리 퍼지고 있지만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 씨는 아내가 떠난 지 10년이 된 지금도 장기기증을 택한 것이 ‘잘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아내가 떠나고 힘들었지만 또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됐지 않았냐”며 “나 역시 아내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어주는 삶이 되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신장이 망가져 두 번에 걸쳐 장기를 기증받은 정원수씨(60)는 장기기증으로 ‘두 번의 기회’를 얻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몸이 아팠던 정 씨는 신장이 망가져 1994년 첫 장기기증을 받았다. 3년여간의 투석과 호르몬 주사, 수혈 등을 중단한 채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15년 뒤 폐혈증 위기와 탈수로 또 한 번의 이식이 필요하던 중 4개월의 기다림 끝에 또 다시 적합한 기증자를 만나 2009년 4월16일 두 번째 장기기증을 받았다. “가족도 아닌 남에게 자신의 장기를 기증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두 번의 장기기증으로 다시 살아갈 기회를 얻었어요. 저에겐 기적입니다.”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정 씨는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장기기증은 환자들에게 유일한 희망이다. 더 많은 이들이 장기기증에 동참해 새로운 기회를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경기도내 장기기증자는 1천494명(뇌사 기증자)이며 장기기증 수혜를 받은 사람은 4천526명에 이른다. 기증자 한 명으로 약 3~4명의 생명을 살리는 셈이다. 장기기증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4만명의 대기자가 장기기증을 기다리고 있다. 정영숙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경기지부 본부장은 “기증은 대가 없는 나눔이고, 나 또한 대가 없이 받을 수 있는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나눔”이라며 “생명을 살리는 일에 더욱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참여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은진기자/사진=윤원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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