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경찰서, SKT와 스토킹피해자 보호 AI 운영 시범사업 준비 이르면 7월 중순부터 AI가 사후콜백 전담… “APO 업무가중 완화 기대”
“내 딸도 나라를 믿고 몇 번이나 신고를 했는데…. 딸을 두 번 죽인 것은 다름 아닌 정부다.”
일명 ‘서울 중부 살인사건’으로 불리는 스토킹 결합범죄 피해자 유족이 지난달 16일 법원에서 가해자 김병찬(36)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하자 “사형을 시켜달라”고 호소하며 남긴 한 마디다. 경찰의 부실대응으로 딸을 잃었다는 원망이 담겼다. 하지만 적어도 고양시 덕양구에서는 앞으로 이런 일들이 조금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양시 덕양구를 관할하는 고양경찰서(서장 김형기)는 최근 SK텔레콤(대표이사 유영상)과 인공지능(AI) 기반 스토킹피해자 사후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AI가 이용자와 대화를 나누며 필요한 정보를 수집·제공하는 SKT의 ‘누구 비즈콜(NUGU bizcall)’을 스토킹범죄 사후관리에 접목하기 위해서다. 만약 체계가 갖춰지면 경찰은 주요사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폴-케어콜(Pol-care call)’로 명명된 체계를 기안한 신수안 경사는 “스토킹 범죄와 결합범죄가 크게 늘고 있지만 전담경찰(APO, 학대예방경찰)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AI를 통해 피해자가 현재의 신변상태를 알리고 이후 필요한 조치 등을 안내 받을 수 있고, 담당경찰은 피해자의 답변내용을 확인해 사건에 대한 신속한 대처를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질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경찰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AI가 응답하고 인식하는 답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피해자들의 불안정한 심리상태에서 사람의 육성과 다른 AI의 응대를 거친 대응이 과연 중대 결합범죄를 얼마나 선별하고 방지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신 경사는 ‘성공’을 자신했다.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촘촘한 대화설계와 대응방식을 구현하는 것이 관건인 만큼 프로그램 개발담당자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담당 APO가 통화내용을 모두 검토해 필요한 추가조치도 시행할 계획이라는 이유에서다. 김형기 서장 또한 “지역주민의 안전에 기여하는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스토킹 행위는 지난해 10월21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범죄로 규정돼 처벌이 가능해졌다. 이후 ‘2021 사회적 약자 보호 치안백서’에 따르면 피해신고 건수는 법 시행 5개월여만에 기존보다 약 3.8배 증가한 하루 평균 약 90.1건이 접수됐고, 그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APO 등 전담인력 변화는 크지 않아 업무량을 인력이 따라가지 못해 스토킹 결합범죄 등 피해자들의 위험상황을 감지하고 대처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전해진다. 이에 전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고양경찰서의 도전이 과연 어떤 결과를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준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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