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욕하거나 화장실에 비방 낙서 제재에도 막무가내… 극심한 스트레스 교권보호위 알려도 ‘교내 봉사’에 그쳐, 대면수업 늘며… 교사들 불안감 고조
끝없이 추락하는 교권
“학생이 수업 중에 막욕을 해대니 더 이상 버틸 수 없습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2021년 1학기가 시작된 지 2달도 채 되지 않아 휴직했다. 한 학생이 자신에게 수업시간 마다 가운데 손가락을 내보이며 욕설해서다. 시간이 갈수록 욕설의 정도는 심해졌다. 이런 모습을 다른 학생들이 말리기도 했지만, 욕설은 말리는 친구에게 향했고, 수업중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A씨는 “해당 학생의 문제를 교권보호위원회에 알렸지만, 위원회가 심의 결과 내린 처분은 1호 조치인 ‘학교내 봉사’에 그쳤다”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결국 휴직을 선택했고 한동안 정신과치료를 받는 등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한 중학교 교사 B씨는 지난해 오해를 한 학부모로부터 무고죄로 고소하겠다는 협박에 시달렸다. 이 학부모는 B씨가 아동학대로 자신을 경찰에 신고했다고 주장하며 지속적인 협박을 했다. B씨는 “한 학부모가 어느 날 전화를 하더니 저를 아동학대 신고자로 몰아가며 욕설을 하고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며 “수차례에 걸쳐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협박의 강도는 더욱 커졌다. 교사를 못하게 하겠다며 막말을 하는데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결국 아동학대로 신고한 이는 해당 학부모가 운영하는 펜션에 묵었던 손님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B씨는 이런 일이 또 발생할까 불안하다.
고등학교 교사인 C씨는 지난해 기억조차 하기 싫은 일을 겪었다. 1학기 초 교직원 화장실에 자신과 동료교사를 비방하는 이 학교 학생의 낙서가 발견됐다. 해당 낙서를 즉시 지웠지만, 다음날 또 다른 비방 낙서가 생겼다. 이 학생은 낙서를 하고 C씨가 지우는 일을 반복했다. C씨는 “비난 수위가 높아지자 결국 지쳐서 병가를 낼 수 밖에 없었다”며 “낙서에서 언급한 다른 교사는 학교측에 교권보호위원회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인천 지역 교사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교권침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대응책인 교권심의위원회가 유명무실하면서 교권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7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에 따르면 2021년 인천의 교권침해 신고 건수는 코로나19 여파로 대면수업이 줄었는데도 72건에 달했다. 올해 전면 등교를 시작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로 인해 발생하는 교권침해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교조 인천지부 관계자는 “예전엔 교장 등 상급자로 인한 교권침해가 문제였다면 요즘은 학생,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사례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욕설을 하는 학생은 기본이고, 윽박지르며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는 학부모 등 다양한 교권침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고 했다.
선생님 ‘동네북 신세’… 교단이 두렵다
인천지역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가 심각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교사가 휴직을 선택하는 악순환이 반복하고 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금언은 빛이 바랜 지 오래라는 푸념이 나온다.
7일 인천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교권침해는 크게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위계에 의한 교권침해’ 등 3가지다. 특히 최근 10년간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강화 등 관련 법제가 강화된 점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교권침해 피해 교사들은 교사의 훈육에 앙심을 품은 학부모 등에 의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교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학교폭력으로 자녀가 신고를 당하면 보복성으로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거나, 생활기록부 내용으로 생활지도를 하면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교사의 명백한 아동학대 행위는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정당한 훈육도 학대로 신고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교원지위법에 따라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심각성·지속성·고의성을 0~5점 척도로, 학생의 반성 정도·학생과 교원의 관계회복 정도는 0~3점 척도로 평가해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가 이뤄진다. 피해교사와 가해학생을 분리할 수 있는 기간은 특별휴가 5일과 학교장 재량의 공무상 병가제도를 더해 최대 10일에 불과하다.
현행 교권심의위원회는 학생 인격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조치를 단계별로 적용해 학생에게 개선의 기회를 주자는 것이 교육당국의 취지다. 피해교사는 침해 학생에 대한 강한 조치를 요구하기 어려운 구조다. 교권침해가 발생하면 교사가 휴직을 선택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이유다. 이에 교육당국이 교권침해 피해 교사에 대한 심리치료와 소송지원 등 보호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효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안봉한 전교조 인천지부장은 “교권보호위원회가 교사를 완벽하게 보호할 수 없다”면서도 “현재 보호 장치는 이것밖에 없어서 매뉴얼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교권침해를 일으킨 학생에 대한 처벌과 관련해 학생도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을 가지고 있기에 이를 제한하거나 조치를 할 때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성민 시교육청 교권전담변호사는 “학생이 교육활동침해를 하더라도 본인의 교육을 받을 권리는 있다. 가급적이면 학생을 안고 가겠다는 것이 교육의 기본”이라며 “한쪽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키기 어렵다. 학생이 전학을 가더라도 거기서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교육부와 시교육청 등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교권침해가 전국적으로 매년 2천건 이상 발생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엔 전년 대비 40% 수준인 1천197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2천269건으로 반등했다. 같은 기간 인천의 교권침해 신고 건수는 72건으로 집계됐다. 교육 당국은 올해 전면 등교를 시작하면서 교권침해가 더욱 늘 것으로 예상한다.
김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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