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원천유원지의 ‘악몽’

40대 이상 수원 출신 토박이에게 ‘광교호수공원=원천유원지’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더욱이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원천유원지에서 식당을 하셨기에 필자에게 그곳은 특별한 추억을 소환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원천저수지에 둥둥 떠다니는 수많은 오리배와 2인용 노 젓는 배는 연인들의 필수 데이트 코스였고, 당시 자연농원(현 에버랜드)의 바이킹 보다 100배는 더 짜릿함을 더해 주는 원천유원지의 바이킹은 배짱 좋은 청소년들에게는 용감함을 증명하는 도전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랬던 원천유원지는 광교신도시 개발과 함께 역사 속으로 그 명칭이 사라졌고, 지난 2013년 광교호수공원으로 탈바꿈했다.

▶광교신도시 주민 뿐만 아니라 수원특례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바뀐 광교호수공원에서 최근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5일 오후 1시14분께 광교호수공원에서 “아이가 호수에 빠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수중 수색에 나선 소방 당국은 오후 2시29분께 A군을 발견,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지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사고 장소가 광교호수공원 설계 당시부터 보트 등의 접안을 위해 펜스가 설치되지 않은 구역이었다는 것이다. 수원특례시 관계자는 “해당 지점은 공원 조성 때부터 자연관찰용으로 만들어진 곳이며, 보트 등의 접안과 다목적 시설 이용 목적으로 펜스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사고 장소엔 개폐식 펜스 설치로 2차 사고 방지에 힘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죽은 뒤에 약방문(藥方文)을 쓴다’는 뜻으로, 이미 때가 지난 후에 대책을 세우거나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말이다. 사망사고가 난 지점에 대한 안전 관리에 대한 지적은 분명 그 이전에도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고정식 펜스가 아니더라도 보트 접안 등의 사안이 아닐 경우 개폐형 펜스 설치 등의 안전 장치가 마련돼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어쩌면 안전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광교호수공원 사망 사고는 인재(人災)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원천유원지 시절. 지금보다 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타이트하지 않았기에 음주 후 배를 타다가 익사하는 사고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광교호수공원으로 탈바꿈 한 이후에도 이곳에선 2014년부터 총 21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6건은 사망 사고인 것으로 파악됐다. 원천유원지의 ‘악몽’이 재현되면 안된다. 사람이 반갑고 우선인 수원특례시에선 더더욱 안된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곳에 추모객이 두고 간 꽃다발 등이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광교호수공원의 안전시설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수원특례시, 반드시 이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김규태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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