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의 삶은 인간의 삶과 닮아있다. 씨앗을 뚫고 피워낸 새싹은 물과 햇살, 바람으로 살아간다. 홀로 꿋꿋하게 피어오르기도 하지만 서로 엉키고 의지하며 피어오르기도 한다. 이 같은 풀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가 열렸다. 지난 14일 시흥 소전미술관에서 개최된 하지혜 작가의 <초색다 草色多> 展이다.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선 풀과 바람을 그리는 젊은 한국화가 작가 하지혜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혜 작가는 한국화의 잔잔하고 차분한 감성을 작품에 담아왔다. 초기엔 주로 하늘에 가득 찬 공기의 흐름, 수중기가 겹겹이 쌓인 구름의 모습을 파란 색감으로 표현했었다. 최근엔 초록으로 가득한 땅의 풀을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 화폭에 그려내고 있다.
<초색다 草色多> 전시는 하 작가가 생각한 풀들의 이야기와 몸부림을 그림으로 볼 수 있는 전시다. 그는 ‘구름에 풀 한다발’, ‘깊은 풀’, ‘초록풀’ 등 작품에 풀의 이야기를 새겼다. 바람에 못 이겨 누워있다가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비를 한껏 맞고 쓰러졌다가도 더욱 푸른빛을 내며 몸을 일으키는 풀들의 모습이다. 하 작가는 바람, 햇빛, 비 등에 몸부림 치는 풀을 보며 희로애락이 담긴 인간사와 같다고 생각했다.
특히, 한 곳에서 싹을 틔웠지만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뻗어가는 풀들의 모습은 서로 의지하면서도 경쟁하는 듯한 인간의 아이러니 한 삶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 작가는 군락을 지어 껴안아 피어오르면서도 의도치 않게 부딪히고 햇살에 도달하려고 경쟁하는 모습을 통해 모두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하지혜 작가는 “풀더미는 지금 나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이야기의 집합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의 삶이 혼자임은 힘들기에 서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공존임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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