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먹고 잠을 자는 등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공간은 ‘집’이다. 집은 아늑하고 따뜻하며 마음의 안정감과 편안함을 준다. 하지만 집이 비워지고 나면 다른 집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무너져야 한다. 그렇다고 집에 남겨준 시간과 기억을 잃을 수 있을까. 사진작가 조현택은 이러한 집에 집중해 사진으로 담아냈다. 집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고 집에 대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전시가 있다. 오는 28일까지 수원 예술공간 아름에서 진행되는 조현택 작가의 개인전 <집과 벽>이다.
조현택 작가는 수년간 전남지역을 시작으로 광주, 순천, 중국까지 100여곳의 집을 촬영했다. 특히 이번 전시 <집과 벽>은 함평군 월야면 외치리 213-1의 방에서 시작된다. 낡은 대문이 잇던 자리에 가까이 있던 방으로 이제는 사라져 버린 곳이지만 조 작가는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한다. 조현택 작가는 “촬영을 위해 방에 들어갔을 때 작은 메모가 붙어 있었다. 방의 주인이었던 사람이 남긴 메모였다. 나는 그 방에 살았을 주인에게 보여주고 싶어 방 안에 비춰질 바깥 풍경의 벽에 글씨를 새겨 넣었다”며 “며칠 후 집은 부서졌지만 벽에는 글씨가 남아 있었다. 부서졌지만 어떻게 집에 대한 기억과 냄새, 흔적을 지울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집과 벽> 전시엔 집에 대한 기억이 담겨 있다. 머물렀던 사람의 흔적과 냄새, 시간이 지나며 쌓인 먼지 등을 카메라로 담아냈다. 카메라의 시선이 훑고 간 집들은 부서졌거나 부서질 예정이지만 집에 담긴 것들은 쉽게 지울 수 없다는 의미다.
조현택 작가는 “사진으로 집에 살던 사람이 남겨 놓은 시간과 기억, 먼지, 냄새를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라며 “이번 전시는 그런 흔적에 대한 기록”이라고 전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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