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기업체·지역내 총생산 등 재정 격차 유발 원인 다양해 북부 지자체 “지원 확대해야”
경기도는 남부와 북부지역의 재정 여건의 차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 따라 지역격차 해소와 균형발전을 견인하기 위한 지방재정의 획기적인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도가 북부지역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실질적인 재정 격차와 이에 따른 지원대책은 무엇인지 진단한다. 편집자주
경기도 남부와 북부지역 간 재정 격차가 매년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리적 여건 등으로 인해 남부에 속한 기초자치단체가 북부에 있는 기초자치단체보다 인구 및 산업 구조 등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경기일보가 경기도의회의 ‘경기북부 재정역량 강화 방안 연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기 남부와 북부 간 재정 여건의 차이가 크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도내 31개 시·군의 총세입은 61조4천881억원이다. 이 중 남부는 44조9천733억원(자체세입 14조599억원·의존재원 18조4천693억원), 북부는 16조5천148억원(자체세입 3조6천887억원·의존재원 8조6천736억원)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남부와 북부 간 재정 격차는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된다. 우선 지방세다. 1인당 지방세의 규모를 비교하면 남부에 비해 북부가 70%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주민 1인당 평균 지방세 규모는 남부가 84만원인 것에 비해 북부는 남부의 70% 수준인 58만원으로 집계됐다.
또한 1인당 자체세입 규모를 비교하더라도 남부에 비해 북부가 74% 정도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주민 1인당 평균 자체세입 규모는 남부 133만원, 북부 98만원이다. 이밖에 지방교부세를 포함한 1인당 일반재원의 규모도 남부는 155만원, 북부는 149만원 수준으로 확인됐다.
인구수와 기업체수, 지역내총생산(GRDP) 역시 남부와 북부 간 재정 격차를 유발하는 원인이다. 남부의 지난 5년 평균 인구수는 999만1천607명인 것과 달리 북부는 346만7천3명으로 35% 정도의 차이가 난다. 기업체수 역시 남부의 5년 평균 기업체는 66만6천642개, 북부는 22만7천813개로 큰 차이를 보인다. 이에 따라 5년 평균 GRDP의 경우 남부는 346조4천925억, 북부는 73조762억원으로 집계됐다. 남부의 재정 여건이 대부분 북부에 비해 높은 수준인 것이 확인된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도내 북부지역 기초자치단체들은 지역 격차 해소 및 균형 발전을 위해 북부지역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북부지역 A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는 “북부지역에 재정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선 남부와 북부 간 실제 재정 격차를 확인하고 이에 근거한 대책을 중앙정부와 도가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북부 발전에 대한 관심이 큰 만큼 도 역시 균형 발전과 관련된 부분을 계속해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재정여건 남부의 75% 수준… 북부발전기금 신설해야
도의회·경인행정학회, 경기북부 재정역량 강화 방안 연구
경기 남·북부의 재정 격차를 줄이기 위해 중앙정부는 ‘지역상생발전기금’을, 경기도는 ‘북부발전기금’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경기북부 재정역량 강화 방안 연구’를 진행한 경인행정학회는 북부지역 재정 역량 강화 방안으로 중앙정부가 재정지원계정 도 배분액 중 시·군 이양분 30%의 50%를 북부에 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부와 북부에 있는 기초자치단체의 수와 관계 없이 각각 50%를 배분하자는 것이다.
남부에 21곳, 북부에 10곳의 시·군이 있어 북부에 있는 시·군이 남부에 비해 더 많은 규모를 배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남부에 있는 시·군이 거세게 반발할 수 있다는 맹점도 존재한다.
이에 경인행정학회는 두 번째 안으로 도내 기초자치단체 배분액을 결정할 수 있는 새로운 산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들은 남부와 북부 간 재정 격차가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본배분금액을 축소하고 재정력 역지수 등의 배분 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도 차원에선 북부의 재정기반 격차 해소를 위한 북부발전기금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북부 지역 발전 사업을 목적으로 매년 조성된 금액의 100%를 차년도 사업에 전액 배정하는 내용의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밖에 도비보조금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도 지방보조금 관리조례 시행규칙 2조 1항에 따르면 시·군 보조금의 기준보조율은 30%로 정하고 있다.
이를 북부 지역에 해당하는 곳에 대해선 기준보조율을 20% 인상해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기본보조율의 최고 범위가 50%이기에, 북부 지역에 대한 지방보조금의 기본보조율을 최고 수준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경인행정학회 관계자는 “재정여건에 있어 북부가 남부에 비해 75%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기에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시개발사업 163곳 남부 집중
북부권은 47곳에 불과… 도민 균형발전 한 목소리에 道 “개선안 논의”
경기도민의 주거 및 생활권 보장을 위한 도시개발사업 역시 80%가량이 남부권역에 쏠려 있어 북부 도민들은 열악한 지역 생활권을 호소하고 있다.
29일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기준 도내 도시개발사업 지구 수(곳)는 총 210곳이다. 도시개발사업은 도시개발과 도시환경 구축을 목적으로 주거·상업·문화·보건·복지 등의 기능이 있는 단지 또는 시가지를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주거환경 개선과 지역발전 파급효과가 큰 만큼 국토부와 도, 시·군 등의 기관을 통해 지정 받아야만 관련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문제는 도내 해당 사업의 163곳(78%)이 남부권에 속한 반면 북부권은 47곳(22%)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해당 사업의 남부권 수용 세대 수(호)와 수용 인구는 각각 34만4천호와 89만9천여명이다. 반면 북부권 세대수와 수용 인구는 7만9천호와 20만5천여명에 불과하다. 총 수용 인구를 기준으로 남부권이 81%를 차지하는 것이다. 권역별 인구수를 고려하더라도 이는 확연한 차이다.
상황이 이렇자 도내 균형 발전을 원하는 도민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앞서 도가 지난 7월 도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민선 8기 경기도정 출범 관련 인식 여론조사’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추진해야 할 최우선 추진 과제에 대한 답변으로 ‘도내 지역균형 발전’이 10%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4%)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이에 대해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지역 격차 문제의 경우 인구 대비 등 다양한 지표를 통해 해당 사안에 접근해야 하지만 이제는 성장 자체보단 균형 발전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며 “인구비밀집 지역은 민간 자본을 통해 개발을 촉진하는 등 예산 배분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도시개발사업 지정 시 남부와 북부를 나눠 선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균형 발전’이라는 시각으로 향후 개발 사업에 임해 북부 도민들의 생활권 개선 대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 제언 “道 재정분권 의지가 지역격차 해소 첫 단추”
재산세 일부 공동세 전환해 균등배분, 북부권 접경지역 규제 개혁도 해법
전문가들은 경기 남부와 북부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정부를 비롯해 경기도가 문제 해결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조임곤 경기대 행정학과 교수는 29일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적 협력이 격차 해소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 교수는 “광역자치단체가 확충한 재원의 일부를 지원이 필요한 일부 시·군에 배분하는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며 “다만 이럴 경우 경기북부의 상황이 나아지면서 비수도권으로 흐르는 지출이 많아질 수도 있어 다양한 상황을 예상하고 차근차근 개편해나가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재정 지원으로 균형과 효율 중 어떠한 목표에 초점을 둘지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이에 맞는 정책을 수립해가는 게 기본 원칙”이라며 “시·군과 협력하게 될 시 재산세의 일부를 공동세로 조성하는 방식도 살펴볼 수 있다. 지자체 간 격차가 나는 원인 중 하나가 재산세인데, 이를 공유하면서 세원을 조정하는 방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제 개편 시 손실과 이익을 계산해 불평등한 부분에 혜택을 주고 조정해주며 반발을 완화시키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소성규 경기도지역혁신협의회 위원장(대진대 교수)은 “균형발전을 위한 북부지역의 재정 지원 확대 방안은 우선 중첩규제 문제 해결에서 비롯된다. 접경지역 규제가 많은 만큼 이에 대한 문제 해결도 어려운 것”이라며 “다만 그린벨트를 풀어 추진한 3기 신도시의 상당수가 북부에 속한 것처럼 정부와 도의 의지만 있다면 규제 해소는 해결 가능한 부분이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도는 재정분권에 대한 의지를 갖고 경기북부의 재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단순히 수치를 가지고 재정 문제에 접근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북부 재정 개선을 위해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다양한 대안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태환·손사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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