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즘 통한 삶의 본질 탐구
화폭에 담긴 일상적인 소재가 마치 사진처럼 옮겨졌다. 성남시 분당구의 수호갤러리에서는 다음달 16일까지 동시대 리얼리즘 작가 5명의 회화 19점을 선보이는 기획전 ‘멋진 신세계를 열다 Part.4 REALISM’을 선보이고 있다.
‘리얼리즘’ 미술의 흐름을 주도하는 김남표, 송형노, 이경미, 이석주, 정성원 작가는 말, 토끼, 풍선 등 자신만의 트레이드마크를 사실적으로 담아내면서도 순간적으로 연상되는 이미지를 더해 삶과 사물의 본질을 탐구했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이경미 작가의 ‘ALL YOU NEED IS LOVE’, ‘LET THE SUNSHINE IN-BLUE’가 관람객을 맞는다. 그림 두 점은 각각 타이포그래피가 새겨져 있는 빨간색, 파란색의 풍선을 사실적으로 담고 있다. 높이 105cm, 폭 105cm의 두 그림은 압도적인 크기, 입체적인 프레임, 화려한 색감으로 관람객의 눈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이 작가는 바람이 점차 빠져 쪼그라들고 있는 풍선의 모습을 통해 유한한 인간의 삶과 운명을 표현했다. 그는 축소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풍선에 녹여내면서 자신의 반려 고양이 ‘나나’를 그려넣어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김남표 작가는 상상력에 의해 순간적으로 연상되는 이미지를 화폭에 담는다. 특히 밑그림 없이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려나가 ‘시작할 때 끝을 알 수 없는 작가’로 통한다. 김 작가는 얼룩말, 호랑이 등 동물이 가진 함구성에 주목하면서도 이와 상관없어 보이는 하이힐, 액자 등을 그려넣고 깃털을 오브제해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상을 갖게 했다. ‘Instant Landscape 38’, ‘Instant Landscape-Castle#4’는 각각 양과 하이힐, 호랑이·새·하이힐 등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들을 하나의 화면에 조화롭게 담아냈다.
이어 극사실주의 회화의 1세대로 불리는 이석주 작가는 ‘사유적 공간’ 시리즈 7점을 통해 삶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풀어냈다. 이 작가는 일상적 사물인 꽃, 헌책 등을 서정적인 풍경에 녹아내면서도 달리는 백마, 연기를 뿜고 있는 기차 등을 그려 시간의 흐름을 표현했다. ‘사유적 공간’은 시간의 흐름 속에 담긴 내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정성원 작가는 ‘Antic and Legacy’, ‘Antic and rabbits’에 토끼와 청화백자를 한 데 그려 순수함과 행복감을 표현했다. ‘Antic and Utopia’는 북극곰과 기린 등 공존할 수 없는 종(種)의 동물을 다양하게 배치해 이상향 안에서 소통하고 공존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이어지는 송형노 작가의 ‘Dream(Rabbit&Dandelion)’과 ‘Dream factory-LOVE’는 트레이드마크인 돼지와 토끼를 활용해 동화 같은 이미지를 연출했다. 민들레 씨앗을 들고 있는 토끼의 모습은 꿈을 향해 날고 싶은 작가의 이상이다. 송 작가의 작품은 하늘을 보지 못하는 돼지, 민들레 씨를 들고 있는 토끼 등 재미있는 은유를 통해 현실의 크고 작은 문제들, 이상과 현실에 대해 고민하게끔 한다.
수호갤러리 관계자는 “작가 5명이 가감없이 드러낸 현실세계에 대한 사유의 결과를 살펴보며 삶의 본질을 탐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기획전을 통해 관람객들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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