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다시 달궈진 골목상권... 지역화폐 국비삭감 ‘찬물’

정부, 내년 예산지원 한푼도 없어...지자체 재정 부담 감당 어려워
상인 “숨통 트이나 했는데”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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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을 앞둔 7일 용인특례시 경기지역화폐 가맹점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손사라기자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시대에 ‘지역화폐’로 숨통 좀 트이나 싶었더니 또다시 고비겠네요.”

7일 오전 9시 용인특례시 처인구의 한 서양 음식점. 단 8명의 손님만 받을 수 있는 소규모의 식당인데도 20여명의 이름이 대기 명단에 빼곡하다. 구슬땀을 흘리며 식당 이곳저곳을 다니던 주인 강모씨(35)는 이런 광경이 꿈만 같다고 고백한다. 2년 전만 하더라로 월 평균 70만원의 수익으로 가게 운영을 이어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역화폐로 손님들이 유입되면서 월 200만원의 안정적인 매장 수익을 유지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그런데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삭감한다고 하니 당황스럽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수원특례시 팔달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임모씨(38) 역시 정부의 결정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역화폐 예산 삭감으로 인센티브와 추가 할인 등 소비자 유인책이 사라지게 되면, 수수료가 1%뿐인 공공배달앱에서 6.8%인 민간 배달앱으로 고객 이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임씨는 “손님들이 종종 공공배달앱의 가장 큰 장점은 지역화폐에 있다고 말했다”며 “이렇게 팍팍한 상황에 관련 예산이 삭감되면 고객들의 지갑도 닫힐까 두렵기만 하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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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을 앞둔 7일 용인특례시 경기지역화폐 가맹점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손사라기자

정부가 내년도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잠시나마 활기를 띤 지역 경제가 또다시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이어질 거란 소상공인들의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정부의 결정으로 대부분의 도내 지자체가 기존 10%의 지역화폐 할인율과 최대 월 100만원인 충전 한도액의 하향을 고려하고 있다.

정부의 지역화폐 국비 예산이 지난해 1조522억원에서 올해 6천50억원으로 줄었고 내년에는 0원이 되는데, 지자체는 이로 인한 재정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지역화폐를 견인하던 인센티브 역시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 지역화폐의 주사용처인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거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도 관계자는 “재정 부담은 줄이되 지역화폐의 효과는 살릴 수 있도록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며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해 관계 부처에 건의하는 등의 국비 확보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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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밝히면서 경기지역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에 기여했던 지역화폐가 존폐 위기에 몰리고 있다. 사진은 도내 지자체에서 발행한 각종 지역화폐들. 경기일보DB

지역화폐 정책 근간 흔들... 민생경제도 ‘휘청’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온 지역화폐가 존폐기로에 섰다.

정부가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인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7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역화폐 사용 전 35.2%였던 도내 소상공인 점포 이용률은 지역화폐 사용 후 59.3%로 24.1%포인트 증가했다.

전통시장 및 연매출 10억원 이하의 매장을 사용처로 지정하면서 대형매장으로의 유출 가능성은 낮추고 도내 41만7천여개의 소상공인 점포가 지역경제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한 것이다.

이와 같은 효과의 입증으로 도는 추석을 앞두고 도내 일선 시·군에 지역화폐 할인율을 평소보다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거래량이 증가하는 명절 동안 할인된 가격과 매출 증대로 소비자와 판매자의 만족도를 동시에 잡겠다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책 전반에 대한 소비자의 긍정적인 반응이 70.9%를 차지했다. 소비증대라는 측면에서 판매자의 요구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소비자 역시 매출 증대 효과(80.2%), 소비자 편익 증대(78.6%), 지역 활성화 기여(71.8%), 고용효과(63.1%)에 공감을 표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추석에는 광주·시흥시 2곳을 제외한 도내 시·군 29곳에서 지역화폐 충전 금액 중 10%의 인센티브(국비 40%, 도비 30%, 시·군비 30%)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도 역시 1천17억원(국비 500억원, 도비 517억원) 규모의 지역화폐 발행을 지원한다.

하지만 정부의 내년도 예산 삭감으로 지역화폐 정책의 근간이 휘청이며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도내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줄이되 지역화폐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창의적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기연구원 유영성 선임연구위원은 “지역화폐 예산의 약 40%가 국비로 지원되는 만큼 삭감으로 인한 후폭풍, 예컨대 지자체의 예산 문제에 대해 공론화된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우선은 경기도가 국비 확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장을 매출로 나눠 할인율을 조절하는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역화폐는 애초에 한시적 사업으로 시행한 것”이라며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피해가 완화됨에 따라 추가 지원으로 인한 유인책 역시 효용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손사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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