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획 한 획 쓴 붓글씨에선 글씨만큼 올곧은 자세가 담겼다. 어떤 글씨는 따스한 삶의 언어가 글의 획과 함께 춤추며 마음을 적신다. 모두 우리가 일상에서 활용하고 마음에 새길 삶의 이야기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마라’, 도덕에 맞지 않으면 행하지 마라는 뜻을 담은 ‘非道不行’(비도불행),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새해 축시’, 노오란 수선화와 함께 수놓은 듯 적혀있는 신위 선생 시 ‘수선화’까지. 특유의 미감이 담겨 있는 서예로 살아 움직인다.
각종 기기가 발달한 시대. 서체에 깃든 가치와 혼으로 울림을 주는 박옥남 서예가의 ‘오당 박옥남 서예 50년’ 전시가 15일부터 20일까지 수원 팔달문화센터 강당에서 열린다.
서울교육대학교를 다니며 서예에 입문한 박 서예가는 1974년 문화공보부 주관 국전에 한문 서예 부문에 입선해 서예가의 길로 들어섰다. 졸업한 후 초등학교 교사를 하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 대한민국서예대전초대작가전, 서울국제서예전, 한국서예큰울림전, 이서회전, 서연회전 등에 매년 다수의 작품을 출품했다. 대한민국서예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으며 한국서가협회 초대작가로 활동 중이다. 한국서예박물관에 작품이 전시돼 있고 저서로 ‘오당 박옥남 서예 오십년’을 발간했다.
때론 빠르고 힘찬 필력으로 자형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며 예술성을 담아내지만, 그의 작품에는 그가 말하는 삶의 이치가 담겼다. 붓을 대하는 순수한 자세와 법과 예의 이치로 빚어낸 획이다. 그는 “세월의 변화는 피할 길 없지만, 디지털 기기가 가질 수 없는 깊은 가치와 사유는 서예만이 가질 수 있다”면서 “서예는 앞으로도 전통과 깊은 울림의 정신적 가치를 계승·발전시켜야 하며, 서예만이 가질 수 있는 예와 법의 이치를 후세에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 개막일 오후 4시에는 그의 남편 무애 박태수의 수필집 ‘느림의 모놀로그’(2020)와 ‘새벽의 고요’(2022) 북 콘서트도 열린다. 무애 박태수는 보건학 박사로 국민건강보험공단 경기·인천지역 본부장을 역임했고 경기대, 연세대 등 겸임·외래 교수로 30년 간 대학강단에 섰다.
북 콘서트에 소개되는 ‘새벽의 고요’에는 아내인 박옥남 서예가의 붓글씨가 함께 수록돼 있어 글에 분위기를 더한다. 세계를 여행하며 눈과 귀, 마음으로 느낀 이야기를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자 경기일보에 ‘시간이 멈춘 카리브의 섬나라 쿠바 여행 에세이’에 이어 ‘찬란한 고대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를 연재 중이다.
정자연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