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아트센터 미얀마를 보다 上
진흙 속에서도 꽃은 아름답게 피어난다. 정치적 내분으로 2년 가까이 고통받고 있는 나라, 미얀마에서도 예술은 활짝 피어나고 있었다. 경기아트센터 갤러리가 9일부터 진행한 전시 ‘미얀마 작가 초대전-치유의 순간’은 미얀마를 대표하는 작가 6인의 수준 높은 작품을 내걸었다. 재한 미얀마 학생회가 주관한 공연 ‘미얀마의 봄’ 등 지난해 3월부터 재한 미얀마인들과 함께 미얀마의 현실과 민주화의 가치를 연대하고 지지하며 공연, 전시 등을 선보여온 경기아트센터가 다시 한번 ‘미얀마’를 주제로 다룬 전시다.
■ 치유의 순간...세계 곳곳에서 상처입은 이들을 위로
전시는 ‘치유의 순간’을 주제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재난 상황과 사회적 충돌로 상처입은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기획됐다.
작가들의 고향인 미얀마는 최근 군부 쿠데타에서 비롯된 사회적 갈등과 자연 재해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작품을 통해 미얀마의 독특한 문화적 요소들에 더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예술과 창작 활동을 놓지 않은 작가들의 열정과 희망이 전달된다.
전시는 미얀마의 전통문화와 자연환경, 미얀마 미술의 현 시점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작가 6인의 풍경화·인물화·추상화·사진 등 60여점으로 구성됐다.
열대 기후와 아열대 기후라는 특성을 가지며 불교 기반의 버마족과 135개 소수민족이 결합한 연방제 국가 미얀마는 종교적, 문화적 특색이 뚜렷하고 자연이 매우 아름답다. 미얀마의 순수한 아름다움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나는 특정 장면을 볼 때, 나를 덮쳐오는 감정을 그린다. 가끔, 내 감정이 폭발하고 내 눈앞에 펼쳐진 언덕이 빛과 색으로 울려오는 것 같다.” 미얀마 현대미술의 거장이자 미얀마에서 국제적으로도 인정 받는 작가 조 윈 페(Zaw Win Pe)는 미얀마의 아름다운 자연을 힘 있는 나이프 페인팅과 감각적 색채언어로 표현하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전한다.
■ 여섯 작가 모두 “한국에 작품 선보여 기쁘다”
풍경을 주로 다루면서도 감정에 기반해 선, 형태, 색 무늬를 표현하는 작가 쪼 린(Kyaw Lin)의 작품에는 미얀마의 시골 풍경이 녹아 있다.
그는 “한국 드라마가 미얀마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수많은 이들이 시청하듯 작가인 우리도 한국에 관심이 많다”며 “한국의 가을은 정말 아름다울 것 같다. 한국의 시골 풍경을 캔버스에 표현하면 어떨지 많이 생각한다”고 국내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을 전했다.
무생물 물체에 초점을 맞추는 작가 에이 녜인 민(Aye Nyein Myint)은 무생물에 아름다운 붓 터치와 다채로운 색감을 더해 마치 살아있듯 생생하게 표현한다.
미얀마의 꽃들을 찾아 자주 그려왔던 작가는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아름다운 꽃들을 주제로 작업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 정 많고 순수한 미얀마 사람들을 담다
이번 전시에는 앞선 다섯 작가들의 작품이 탄생한 배경적 이해를 돕는 작가 아웅 쪼 오(Aung Kyaw Oo)의 사진 작품들이 전시 전반의 서술을 더한다. 사진 작품을 통해 모든 작가들에게 영감이 됐을 미얀마의 아름다운 자연과 불교 유적지, 사람의 삶과 전통이 담긴 사진들이 국내의 우리에게 전달된다. “미얀마 대도시의 사라져 가는 공간을 기록하고 시간의 현실을 그 순간의 모습으로 남겨두고 싶다”는 작가는 아름답고 순수한 미얀마를 담아내 정치적 아픔이 흔들기 전의 고유한 그곳의 얼굴을 기분 좋게 전해준다.
작가를 선정하고 작품을 고르며 실질적으로 이번 전시의 기획을 담당한 엘웨이브 갤러리 김진형 실장은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서양 위주 예술 세계에 시선이 사로잡혀 있었다”며 “이러한 관성적 시각에서 벗어나 아시아적 관점을 다잡고 새로운 가치와 발견의 기쁨이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미얀마 현지에서 작가들의 작품을 비행기로 운송해 오는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어려움 속에서 예술을 꽃피운 작품이 분명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해주리라 기대하며 전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경기아트센터 갤러리에서 21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나경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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