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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종교] 발밑을 비추어 본다
오피니언 삶과 종교

[삶과 종교] 발밑을 비추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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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스님 화계사

뜨거웠던 여름날이 엊그제였는데 어느새 한파를 코앞에 두고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찾아올 것이다.

누가 그랬던가. 흐르는 물보다 빠른 것이 시간이요, 쏜살같이 빠른 것이 세월이라고. 어렸을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세월 흘러가는 것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마냥 아찔하다.

옛날 옛적에 어떤 노인이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당도했다. 염라대왕을 본 노인이 덜덜 떨며 말했다. “대왕님, 제가 이렇게 속절없이 죽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 저승에 올 줄은 몰랐습니다.”

염라대왕이 말했다. “내가 그대에게 3명의 천사를 보여주고 세 번의 가르침을 주었는데 그대는 왜 알지 못했는가?”

노인이 당황하며 물었다. “대왕님, 언제 3명의 천사를 보내고 언제 세 번의 가르침을 주셨습니까?”

염라대왕이 말했다.

“첫 번째 천사는 나이든 사람이다. 나이가 들어 허리가 굽고 이가 빠지고 머리가 하얗게 된 사람을 만났을 때, ‘젊음은 영원하지 않구나. 나도 언젠가 저렇게 늙겠구나’라고 왜 생각하지 않았는가?” 염라대왕이 또 말했다. “두 번째 천사는 병든 사람이다. 병이 들어 아프고 괴롭고 힘들어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건강은 영원하지 않구나. 나도 언젠가 저렇게 아플 수 있겠구나’라고 왜 생각하지 않았는가?” 염라대왕이 다시 말했다. “세 번째 천사는 죽은 사람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죽음이 갑자기 찾아와 육체는 무너지고 정신은 꺼져 버린다. 송장을 만났을 때, ‘생명은 영원하지 않구나.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죽고야 말겠구나’라고 왜 생각하지 않았는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노인을 향해 염라대왕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나는 그동안 그대 삶에 평생에 걸쳐 3명의 천사와 세 번의 가르침을 주었는데 그대는 왜 평생을 허송세월했는가.”

우리는 죽는다. 언젠가는 죽는다. 법구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언젠가는 죽어야 할 존재임을 깨닫지 못하는 이가 있다. 이것을 깨달으면 온갖 싸움이 사라질 것을.”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사람의 목숨은 길어야 100년이다. 역사에 출현했던 수많은 국가와 영웅들도 세월 속에 먼지가 돼 흩어진다. 우리는 한 치 앞도 미래를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우리는 언젠가 결국은 죽는다는 것이다.

옛날 옛적에 큰스님이 계셨다. 신도가 찾아와 큰스님께 자신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점을 봐 달라고 했다.

큰스님이 말했다. “나는 그대가 미래에 어떻게 될지 알고 있다.”

신도는 흥분해 말했다. “스님, 말씀해 주세요. 제 미래는 어떻게 됩니까?”

큰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죽는다. 그대는 반드시 죽는다.”

당황해서 멍하니 정신 나간 신도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미래에 반드시 죽는다. 10년 후가 될지, 100년 후가 될지, 천 년 안에는 반드시 죽는다. 그것이 그대의 미래다.”

우리는 한 치 앞도 미래를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넉넉히 오래 살아도 천 년 안에는 죽는다. 이것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이 진실 앞에서 여름이 지나고 겨울이 오고 또 겨울이 지나 봄이 올 것이다. 내 앞에 언젠가 죽음이 왔을 때 나는 내 삶을 과연 어떻게 후회 없이 받아들일까. 지금 이 순간이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조고각하(照顧脚下), 자기 발밑을 비추어 보라.

광우스님 화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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