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하다고 여기는 것들도…아름답다” 틀을 거부한 예술가의 모든 것 '장 뒤뷔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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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자크 빌레글레作 '까르푸 몽마르또 - 렁뷔토'/ 장 뒤뷔페作 '전화의 고통'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화가이다. 추하다고 여기는 것들도, 사람들이 흔히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 만큼이나 아름답다.”

프랑스 화가 장 뒤뷔페(1901∼1985)의 말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프랑스 미술계를 대표하는 주요 화가 중 한 명으로 아름다움에 갇힌 기존 예술전통을 거부하고 자유분방한 예술 그 자체가 되려고 했다. 이러한 장 뒤뷔페 예술세계를 한 눈에 느낄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소마미술관 2관에서 장 뒤뷔페 재단과 소마 미술관, ㈜우주스타가 공동으로 기획해 선보이는 ‘뒤뷔페 전-프랑스 현대미술의 거장’이다. 장 뒤뷔페 재단에서 엄선한 회화, 조각 등을 포함한 대표작 67점과 그와 예술세계를 함께 이어나간 자크 빌레글레 작품 32점을 함께 선보인다.

■ 비전형적 예술세계…초기작부터 우를루프까지

포도주 도매상을 하다 마흔 한 살, 늦은 나이에 화가로 데뷔한 장 뒤뷔페. 미술을 배운 전공자가 아니었기에 전형적인 방법과는 거리가 있는 작품 활동을 펼쳐 나가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냈다. 어린이나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작품에서 특별함과 순수성을 느낀 장 뒤뷔페는 이러한 미술의 특징을 바탕으로 ‘아르 브뤼트(Art Brut)’ 라는 개념을 창시하고, 비주류 미술(아웃사이더아트) 활동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의 예술성에서 볼 수 있듯 작품은 대부분 자유분방하고 비전형적이다. 특히 1960년대에 그가 시도한 크로스오버는 이후 거리예술에도 큰 영향을 줬다. 프랑스 현대미술가 자크 빌레글레는 이러한 그의 예술세계에 공감했을까. “이번 전시 포스터를 내 작업에 사용해도 될까요? 당신이 허락해주면 굉장히 영광일 것 같습니다.” 1975년, 프랑스 현대미술가 자크 빌레글레는 동네를 산책하다 ‘장 뒤뷔페: 카스틸라의 풍경―삼색의 지역’ 전시 포스터를 발견하고 이렇게 편지를 썼다. 이후 두 예술가는 서로 교류하며 예술세계를 확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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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뒤뷔페作 '앉아 있는 남자'

전시 1관 우를루프 (L’Hourloupe)에서는 1962년부터 뒤뷔페가 가장 오랜 기간 집중한 대표작 '우를루프 시리즈'를 선보인다. 회화와 단순한 스케치, 조각과 그가 직접 제작한 영상물까지 다양한 형태의 '우를루프 시리즈'를 볼 수 있다. 파란색과 빨간색, 검은색을 기본으로 자유분방한 선들이 작품을 이룬 점이 특징이다.

2관 쿠쿠바자는 ‘우를루프의 축제 또는 환상 무도회’라는 의미로 뒤뷔페가 지은 제목이다. 단순히 평면적인 회화에만 그치지 않은 종합 예술표현로, 살아있는 움직이는 우를루프 작품이다. 전시에는 실제 쿠쿠바자 시리즈를 위해 제작된 의상 등이 전시됐다. 퍼포먼스를 담은 영상 또한 함께 상영된다. 3관 ‘자크 빌레글레와의 만남’에서는 뒤뷔페와 교류했던 빌레글레의 작품 등을 함께 볼 수 있다. 자크 빌레글레는 장 뒤뷔페가 콜라주와 구별하기 위해 만들어낸 폐품, 일회용품 등 수집한 물건들을 모아서 만든 작품의 개념인 아상블라주에 큰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다.

4관에서는 장 뒤뷔페의 초기작들을 볼 수 있다. 장 뒤뷔페는 돌로 판을 만들고 덩어리를 잘게 조각내거나 에나멜 페인트로 평평함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작업 방식은 기이하고 평범하지 않았으나, 그의 작품 속에는 평범한 삶의 모습들이 가득했다. 1944년 석판화 시리즈를 보면 ‘코를 푸는 사람’, ‘커피 그라인더’, ‘전화의 고통’ 등 일상을 주로 다룬다. 전시는 내년 1월31일까지.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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