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신년특집]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

산소통·호흡 마스크·AED... 장비 점검으로 하루 시작
식사 중 벨 울리자 40초 만에 출동, 하루 20번 넘게 현장으로
베테랑 팀원들 책임감으로 ‘똘똘’... 구조 활동 호흡 ‘척척’
1년도 안 돼 ‘하트세이버 1개·트라우마세이버 3개’ 영광
“폭언·폭행 등 힘든 순간 많지만 생명 살리는 일 큰 보람
응급 현장 대응력 더 키워 든든한 안전 파수꾼으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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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남부소방서 소방관. 홍기웅기자

사명감 빛나는 ‘새내기 영웅’... 도민 안전 골든타임 지킨다

 

수원남부소방서 서둔119안전센터 이혜주 소방사의 하루

‘단 5분’. 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순식간에 흘러가 버리는 이 짧은 시간이 수원남부소방서 서둔119안전센터 구급대원 이혜주 소방사(28)에게는 누군가의 생과 사를 가르는 사명의 시간이다.

 

2년간 응급실에서 의료진으로 일했던 이 소방사는 현장에서 꺼져 가는 생명을 살리는 소방관의 모습을 보고 더 많은 목숨을 구하고 싶어 지난해 1월7일 소방에 입문했다.

 

이제 현장에 나간 지는 1년밖에 되지 않은 막내 소방관이지만 ‘경기지역 구급출동 1위’를 차지한 수원남부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만큼 하루 평균 20번은 현장으로 달려가며 도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일하고 있다.

 

누구보다 일찍 시작하는 긴 하루 동안 오로지 도민의 안전과 생명만을 바라보며 달려간다는 이 소방사, 그의 하루를 함께해 봤다.

 

■ 매서운 눈빛으로 꼼꼼히... 환자 살릴 구급물품 점검으로 시작하는 하루

오전 8시 수원특례시 권선구 서둔동 서둔119안전센터. 일찍 출근한 이혜주 소방사가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는 장비를 점검하러 바쁜 발걸음을 옮겼다.

 

익숙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차고지에서 나온 구급차가 센터 앞에 멈춰서면 이 소방사의 하루는 시작된다. 재빠르게 문을 열고 구급차에 탑승한 이 소방사의 눈빛이 매섭게 바뀌는 것도 이때부터다.

 

그는 산소통 안에 산소는 적절하게 채워져 있는지, 호흡 마스크가 손상되지는 않았는지, 자동제세동기(AED)와 스마트 의료가방이 잘 작동하는지, 사이렌 소리는 잘 들리는지 등 10여개의 장비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점검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환자에게 쓰일지 모르기 때문에 매일 아침 장비 점검은 가장 중요한 일과 중 하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매일 반복하는 일이지만 대충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여러 번 점검해도 부족하다”며 “이 구급물품이 현장에서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 1분 1초가 긴박... 신고 후 40초 만에 출동

구급물품 점검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오전 9시52분께, 서둔119안전센터 천장에 설치돼 있는 스피커에서 ‘띵동’ 하는 벨소리가 울리자 순식간에 센터가 분주해졌다.

 

구급출동을 알리는 신호였다. 이 소방사를 비롯해 같은 팀 구급대원이 구급차에 오르고, 사이렌을 울리며 쏜살같이 센터를 벗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40초였다.

 

구급차에 올라타면서 이 소방사는 신고 내용을 살폈다. 팔달구 우만동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있는 할머니가 두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신고였다.

 

이 소방사는 “단순히 두통인지, 뇌졸중의 증상인지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어 출동을 지체할 수 없다”며 “특히 고령자일수록 건강이 급속하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환자의 상태를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곧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은 응급 가방, 환자를 실을 들것과 함께 환자가 살고 있는 2층으로 향했다.

 

이 소방사는 “구급대원입니다. 괜찮으신가요”라는 말과 함께 문을 두드린 후 출입문을 개방하고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는 환자의 말에 그는 들것에 환자를 앉힌 후 척추를 고정한 뒤 재빠르게 1층으로 향했다.

 

이어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인근 병원을 찾으며 다시 구급차에 탑승했다. 이 모든 과정은 단 6분 만에 이뤄졌다.

이 소방사는 구급차에 탑승해서도 쉴 틈이 없었다. 환자의 상태를 끊임없이 살피면서 심장박동수는 정상인지, 열은 나지 않는지 등을 확인한 뒤 보호자에게 연락했다.

 

그렇게 8분 정도 달린 후 인근 병원에 도착한 환자가 ‘이제 괜찮아졌다. 병원을 가지 않고 집에서 쉬고 싶다’고 말하자 대원들은 다시 환자의 집으로 구급차를 돌렸다.

 

이 소방사는 “환자 스스로 더 이상 아프지 않다는 말에 구급차를 다시 돌렸다”며 “누군가는 ‘헛걸음’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더 큰 일 없이 환자의 상태가 괜찮아진 것으로 우리의 몫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 ‘무섭다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 환자 응급처치가 우선

이같이 병원 이송 중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운 순간도 지켜봐야 하는 게 이 소방사의 숙명이기도 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해 경찰과의 공동대응이 필요했던 경우부터 뇌졸중 증상을 보여 인근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응급처치가 필요했던 환자, 큰 교통사고로 심정지가 온 환자까지 다양한 현장에서 여러 형태의 응급환자들을 접했다.

 

‘아직 소방에 발을 들인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무섭거나 두렵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이 소방사는 “무섭다고 생각이 들기도 전 현장에서 이미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위급한 상황에서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려면 내가 무서워하면 안 된다”면서 “내가 빠르게 응급처치를 해야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게 잠깐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수도 없이 이 소방사를 찾는 ‘띵동’ 벨소리가 울렸다. 인터뷰를 하다 달려나가고, 밥을 먹다 또 달려나가기를 반복하던 그는 이날 하루 동안에만 16번 현장으로 달려갔다.

 

하루 평균 20건 이상 출동한다는 이 소방사의 하루는 시민들의 하루와는 다르게 흘러갔다. 이른 아침 밝게 떠오르는 해와 함께 출근했던 그는 다음 날 오전 8시 다시 해가 뜨고, 교대할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이어졌다. 24시간, 하루 온종일을 도민들의 생명을 살린다는 사명감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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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남부소방서 서둔119안전센터 이혜주 소방사가 현장출동을 마치고 센터에 돌아와 동료와 

함께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홍기웅기자

■ 도민 생명 살릴 수 있어 뜻깊은 하루

구급대원으로 살아온 이 소방사의 1년은 그 누구보다도 치열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여러 건의 신고가 들어왔을 때 모든 현장에 신속하게 뛰어가지 못하는 점을 가장 힘든 순간으로 꼽았다.

 

신고를 가려 받을 수 없는 만큼 비교적 덜 위급한 상황에 출동했다가 위급한 상황으로 빠르게 달려가지 못하는 일들이 생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과거 한 주취자가 너무 취해 집에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 출동을 해 신분을 확인하고 보호자에게 인계하려고 했지만 신분증도 없고 휴대전화가 잠겨 있어 애를 먹은 적이 있다”며 “그러던 중 응급환자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는데 주취자를 집에 보내지 못해 바로 출동할 수 없었다.

 

이런 경우가 생기면 응급환자를 제때 살피지 못해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이 든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이 소방사는 “출동해 보면 응급상황이 아닐 때도 있고 가끔 듣고 보는 환자의 짜증과 돌발행동에 마음이 상할 때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최일선에서 꺼져 가는 생명을 돌보고 환자가 회복했다는 소식에 얻는 기쁨, 감사하다는 보호자의 말 한마디에 얻는 행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늘 사명감으로 일하는 그는 올해 심정지 환자와 중증외상환자 등의 생명을 구한 구급대원에게 주어지는 하트세이버 1개와 트라우마세이버 3개를 받는 영광을 안았다.

 

이 소방사는 “아직 소방에 발을 들인 지 1년도 되지 않은 막내 대원이지만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했다”며 “수원 남부지역이 구급출동 1위이기도 하고 팀원들과 호흡이 잘 맞아 지금까지 무사히 구급활동을 해온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소방사의 목표는 한 가지다. 현장에 강한 구급대원으로 성장해 묵묵히 도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 그는 “지금보다 더 현장과 환자에 익숙한 구급대원이 되고 싶다”며 “지난 1년간의 활동을 돌아보고 지금처럼 꾸준히 오랜 시간 최일선에서 도민들의 생명을 지키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은진기자/사진=홍기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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