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고찰·동화 세계… 수원미협 작가 4인4색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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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스페이스광교 전시실에 이동숙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송상호기자

 

수원미술협회 소속 작가들의 4인 4색 개인전이 수원 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지난 7일부터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동숙, 장철익, 최경숙, 손순옥 작가는 자신의 세계를 수놓는 작품들을 저마다의 관점과 생각으로 다시 배치해 전시장에 녹여냈다. 누군가는 초기작을 다시금 꺼내들면서 회상에 잠기기도 하고, 누군가는 새롭게 시작하는 작업물을 선보이는 포부를 드러내는 등 작가마다 각기 다른 시간의 궤적을 선보이는 자리라는 점에서 매력이 넘친다. 

 

먼저 1전시실엔 이동숙 작가의 21번째 개인전이 마련돼 있다. 이 작가는 소나무, 의자 등의 대상을 매개로 삶과 관계에 관한 생각을 펼쳐 놓는다. 특히 그의 손에서 소나무는 다양한 의미를 획득하는데, 때로는 자연 그 자체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인격체가 되기도 한다. 작가는 이때 중요한 건 소나무의 형상 자체보다 소나무를 통해 발견되는 가치와 지향점이라고 말한다. 이 작가는 “대상이 예술이 될 때, 대상은 외관의 재현 단계에만 머무를 수 없다”면서 “소나무를 그리지만 그를 통해 나타나는 공존의 가치와 형태에 주목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캔버스에 스며든 소나무들은 온전한 나무의 형상이 아닌, 솔잎, 나무의 일부 등으로 세분화되는 듯 하다. 그가 그린 소나무들이 이미 다른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었던 ‘공존’ 등과 같은 기존의 작품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보는 데서도 매력을 찾아낼 수 있다.

 

전시실을 나와 눈을 돌리면 거대한 고래 형상이 눈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온전한 형상이 아닌, 14개의 캔버스에 조각 조각 들어차 있는 형태다. 장철익 작가는 이번 ‘고래’ 작업이 장기 프로젝트의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금은 14개지만, 향후 49개의 캔버스로 빚어낸 거대한 혹등고래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고래를 구성하는 캔버스가 추가될수록 전시 규모에 맞는 전시장 구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며 “바닥에 캔버스를 늘어뜨리는 등의 배치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포착한 고래의 일부분, 즉 미완의 고래를 들여다 볼 때 캔버스를 통해 드러난 부분과 아직 표현되지 않은 영역을 오가면서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작가는 거대하고 압도적인 존재인 고래에게 바다라는 제한 공간을 두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의 의중이 캔버스에 녹아들기 시작하면서, 고래는 또 다른 생명력을 얻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공간에서 최경숙 작가는 모두에게 익숙한 옛날 이야기나 동화를 작품 세계로 끌어들인다. 그림 속 화자는 오랜 기간 숲을 지켜온 나무들이다. 동화 ‘빨간 망토’ 속 소녀와 늑대, 소설 ‘어린 왕자’의 여우가 숲 속에서 연결되거나 맞닥뜨리는 순간이 펼쳐진다. 결국 다양한 이야기가 뒤섞이면서 공유되는 무대 자체를 바라볼 때, 작가의 작품을 더욱 깊게 음미할 수 있다. 최 작가는 “시간이나 배경, 등장인물 간 갈등의 원인이 조금씩 다를 뿐이지 결국 작업 대상은 모두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 속 풀과 나무 등의 자연물은 겹겹이 쌓인 시간의 흔적을 지워내는 듯 긁힌 자국을 드러낸다. 그는 “긁는 작업이 숨겨진 시공간을 보여주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오랜 시간 접해온 이야기들은 계속해서 구전되고 누군가에게 전해진다. 다만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과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면서 의미의 재생산과 재구성이 발생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최 작가의 작품을 뒤로 하고 이어지는 전시 공간에는 손순옥 작가가 빚어낸 동심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그의 작품은 어린 시절 즐겨 했던 놀이에 대한 현대인들의 그리움을 담고 있다. 추억처럼 떠올릴 법한 이미지들이 맴돈다. 작가는 딱지, 종이비행기, 구슬, 종이배, 팽이 등의 다섯 가지 소재로 동심을 향한 마음을 형상화했다. 추억의 물건들을 살펴보고 있자니 문득 밑으로 보이는 빽빽한 글씨들이 캔버스를 가득 메우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손 작가는 이런 표현 방식에 관해 “어릴 적 흥얼대던 동요의 노랫말을 적어놓았다”면서 “내면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을 생각하다보니 질감을 다변화하거나 표현법을 다양하게 만드는 시도가 동원됐다”고 설명했다. 각자의 개성으로 무장한 작가 4인의 개인전은 12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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