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달콤한 도시 ‘산타로사’
배낭여행자라면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서 현지 여행사를 통해 주변 지역을 둘러보는 것도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괜찮은 선택이다. 10여 분 기다리자 타고 갈 버스가 도착한다. 벤츠 코치에 여러 나라에서 온 여행객 20여 명이 탑승했으나 아시아인은 우리 부부뿐이다. 가이드는 오늘 둘러볼 곳과 방문할 명소를 설명한 후 서로 모르는 사람들로 단체가 구성됐으니 지킬 예의와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과나후아토 터널을 지나 구불구불한 산길로 들어서자 구시가지가 멀리 발아래 보인다. 30여 분 달려 첫 번째 방문지인 산타로사에 도착한다. 가이드는 내리기 전에 조용한 시골 산간마을에는 약 1만여 명이 살고, 주민들이 설립한 협동조합에선 이곳에서 생산한 과일이나 열매로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며, 여행객이 찾아올 땐 현장에서 판매한다고 설명한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달콤한 과일향이 코와 침샘을 자극한다. 대표인 듯한 사람이 영어로 이곳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달콤한 맛을 보라고 권유한다. 상품 소개가 끝나자 각 판매 코너 판매원은 이곳의 또 다른 특산품인 꽃그림으로 장식한 예쁜 도자기에 담아 시식용 딜리셔스(delicious)를 권한다.
판매원은 아시아인을 만나자 우리가 일본 사람인 줄 알고 이 제품을 일본으로 수출한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한국 사람이라고 하자, 바로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한다. 이곳도 우리나라 여행객이 많이 다녀간 듯하다. 여행길에 우리말 인사를 받으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고 발걸음도 가볍다. 여행 중 간식으로 먹을 몇 가지 과일 말림과 땅콩을 골라 계산하고 밖으로 나온다.
과나후아토 시(市) 외곽 해발 1천600여m 고산지대에 있는 작은 마을 산타로사는 멕시코 선인장에서 추출한 제품과 고산지대에서 생산한 과일로 만든 다양한 딜리셔스와 건강식품을 생산한다. 고산지대인지라 가게 밖 공기는 맑고, 옅은 구름이 끼었어도 상쾌함을 넘어 차가운 기운에 살짝 추위를 느낀다.
마을에는 몇 년 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 시골에서 만났던 바로크 양식의 작은 중세 성당이 있어 이곳도 콜로니얼 시대를 피하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산타로사 산간 마을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암약했던 지역이라는 가이드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어쩐지 스산한 기분이 든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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