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구름... 평범한 일상 속 특별함 ‘찰칵’

26일까지 수원 예술공간 아름서 ‘그라포스 유닛’ 전시
엄효용 작가의 수채화 같은 독특한 사진 기법 등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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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휴양지로 메타세쿼이어 여름’ 작품과 엄효용 작가. 정자연기자

 

수채화를 머금은 듯한 프레임 속 메타세쿼이아. 말이 없으나 수많은 언어의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실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게 사진이라면, 마치 그림처럼 그려진 듯한 엄효용 작가의 사진에선 표면에서부터 포근함이 느껴진다.

 

우리가 일상에서 스치는 작고 사소한 것들을 모아 작업하는 엄 작가는 지난 14일 수원 예술공간 아름에서 개막한 ‘그라포스 유닛’ 그룹 전시에 김승환, 김지영, 박경태, 박세진, 윤한종 작가와 함께 작품을 내걸었다.

 

그가 선보인 작품은 어느 대로의 나무들과 어느 날들의 구름이다. 어느 날엔 목천 IC를 지나다 거대한 사탕을 꽂아둔 듯한 은행나무를 발견해 다가갔고 어느 추운 겨울날엔 전지 작업된 버즘나무가 그에게 몸짓했다. 엄 작가는 ‘사소한’ 그 순간을 기억해 그 일대의 나무들과 그가 발견한 자연의 이야기를 프레임 안에 담았다. 사각 프레임에서 마주한 나무와 구름, 자연을 관람객도 만나길 바라며.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프레임을 통해서 바라보면 나무와 딱 마주치는 순간이 있어요. 나무를 찾아가면서 나 자신을 찾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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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무심천로 벚나무 봄’, ‘봉강가술로 메타세쿼이어 가을’, ‘20060909’

 

그의 프레임 속엔 평범한 매일의 일상이 신비로 다가온 어느 순간이 담겼다. 그리고 겹겹이 중첩됐다. “중첩은 마치 우리 인생과도 같아요. 살아온 축적, 내가 지난 오늘이 쌓여 어떤 것들이 되는 것, 그 과정 자체가 인생이잖아요.” 그의 작업 중 중요한 기법인 중첩은 그의 삶에 대한 태도와 예술 세계를 드러낸다.

 

사실 중첩을 통해 드러나는 엄 작가의 작품은 10여년 전과 품은 이야기가 사뭇 다르다. 10여년 전 그는 반대되고 이분법적인 사물의 중첩을 통해 진실과 실체를 찾아나섰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 밖과 어둠, 책의 표지와 안, 겉과 속. 이분법적인 것들을 한데 모아 중첩시켜 그 안에서 신비로움과 실체를 찾으려 했다. “모든 것엔 양면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작가는 원래 본인이 좋아했던 자연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매일 하늘을 찍고 구름을 담고 길가의 평범한 나무에 이야기를 덧붙인다. 그가 2009년 6월25일부터 찍기 시작한 하늘은 ‘365 하늘 달력’이 돼 올해 열 번째 ‘하늘 캘린더 프로젝트’로 선보였다.

 

“가로수처럼 사소한 것들이 사소하지 않게 보이게 하는 게 작가의 역할이고, 인생 역시 사소한 것들의 합”이라는 작가의 삶을 대하는 방식과 시선이 담겨서일까. 그의 작품은 중첩의 결과물인 외형적 아름다움만으론 설명되지 않는 끌림이 있다. 파스텔톤의 하늘에 미묘한 차이의 화이트 색깔을 풀어놓은 듯한 구름, 오묘한 녹색의 빛을 내며 고고하게 서 있는 나무는 따뜻한 위로와 쉼을 건넨다. 작품들은 엄 작가의 삶에서 우러난 그의 자연스러운 표정과 닮았다.

 

오는 26일까지 ‘아름’에서 이어지는 전시와 함께 그는 “앞으로도 마주하는 자연과 일상을 기록하고 대중에게 사소한 것들을 특별하게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생과 멸을 반복하는 삶을 매일의 작업과 이를 겹겹이 쌓아올린 작품으로 오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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